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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충남 공주

낯선 풍경 따라 백제 숨결 따라

기사입력 : 2019-08-07 20:20:12

대부분의 시작은 버스에서부터다. 처음 온 도시의 낯선 거리를 달리는 버스. 창 너머로 다가온 전경은 그 도시의 이미지로 남는다. 하늘을 가린 건축물이 없는 길. 청명한 하늘과 그 너머의 산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날씨 좋네. 여기는 충남 공주다.

국사 교과서에서만 봤던 송산리고분군과 무령왕릉, 공산성과 웅진. 백제 웅진 시대의 흔적이 남은 도시. 바삐 달린 버스가 접어든 회전교차로, 우측으로 공산성이, 정면 길 끝엔 금강이 보인다.

송산리고분군.
송산리고분군.

눈으로만 담고 왼쪽으로 꺾어 3분 내외의 이동을 마치자 송산리고본군이 등장한다. 문예회관 정류장에서 내려 고분군 옆으로 난 길을 걷는다. 쪽빛의 하늘과 청록의 풀이 우거진 인도 위. 사람도 자동차도 없는 한산한 길 위. 부지런히 걷다 보면 국립공주박물관이 나온다.

국립공주박물관 가는 길.
국립공주박물관 가는 길.

첫 목적지. 박물관 옆으로 공주한옥마을도 있다. 관광객의 숙박을 위해 조성된 장소다. 거기엔 관심이 없으니 박물관으로 가자. 아담한 크기의 박물관이다. 여타의 박물관처럼 곳곳에 놓인 벤치와 탑들. 길을 따라 내부에 들어서자 아담한 전시관. 무령왕릉 내부를 재현해 놓은 곳을 제외하곤 평범하다. 문화재의 가치를 논할 식견도 관심도 없으니 그저 눈에 드는 것, 마음에 드는 것을 둘러보는 게 고작. 작은 규모라 가볍게 돌아다니면 끝나는 관람.

뒤편으로 난 산길 주위로 작은 둔덕들이 흩어져 있다. 여기도 고분인가? 발굴이 진행 중인지 흙도 뿌려져 있다. 조금 더 걷자 본격적인 산행. 산을 따라, 길을 따라 산책하듯 걷는 발걸음. 울창한 나무들과 소란스레 떠드는 새소리를 음악 삼아 부지런히 걷고 걷는다. 정정. 산책치고는 조금 과하다. 등산까지는 아닌데 가파르다. 경사가 제법 심해. 나무 그늘과 바람이 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오르막의 끝에 오르자 고분군 전체와 멀리 공산성, 금강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전경 좋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서 내다보는 평지의 모습.

오르막을 지났으니 이젠 내리막. 조금 걸었을 뿐인데 다시 고분들이 보인다. 특히 무령왕릉. 언덕을 내려오자 보이는 고분 중 하나가 무령왕릉이다.

‘어느 길로 오던 조금 등산을 해야 하는 거네’란 사실을 위안 삼아 걷는다. 고분 내부를 실제 크기로 조성해둔 곳이 있다. 좁은 입구에 쭈그리고 들어가자 교과서에서 본 벽돌로 된 방, 담백하면서 아름답게 조성된 공간 속. 조성될 시기엔 아무나 올 수 없는 성역이었을 터인데 이젠 모두가 찾아오는 공간이 되었다.

고분군을 나와 버스가 왔던 길을 복기하면 공산성이다. 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성. 옆으로 금강을 끼고 주변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성이다. 역시나 가벼운 등산.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코스지만 날씨에 따라서 간극이 크다.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그냥 공원이다. 친숙한 성이 진주성이다 보니 자연 비교가 된다. 두 곳 모두 강을 옆에 끼고 있는 아름다운 성이자 시민들의 공원이라는 점이. 다른 성들처럼 성곽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조성돼 있다. 성이 크다 보니 이곳을 다 둘러보는 것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공산성.
공산성.
공산성 근처 거리.
공산성 근처 거리.

강을 따라 뻗은 성곽 중간 너른 공터와 함께 공복루를 지나면 만하루가 나온다.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누각으로 안쪽엔 큰 연못인 연지가 있다. 금강 가까이에서 물을 쉽게 확보하기 위한 시설이다. 연못의 가장자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돌로 층 단을 쌓았으며, 수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북쪽과 남쪽에 계단이 있다.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형태로 사진을 찍으면 아름답다. 여기를 지나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절벽을 따라 길이 있어서 사진 찍기 좋다. 강과 너머의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군사 목적으로 지어진 누각 ‘만하루’. 누각 앞엔 금강 가까이서 물을 쉽게 확보하기 위해 연못 ‘연지’를 지었다. 가장자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돌로 층단을 쌓았다.
군사 목적으로 지어진 누각 ‘만하루’. 누각 앞엔 금강 가까이서 물을 쉽게 확보하기 위해 연못 ‘연지’를 지었다. 가장자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돌로 층단을 쌓았다.

강을 따라 난 길을 걷다 방향을 틀어서 걷다 보면 우거진 나무와 흙길, 벤치가 곳곳에 놓인 근처 공원이 된다. 영동루를 지나 좁은 길을 수놓은 깃발들과 그 너머의 도심. 진남루를 거쳐 왕궁지로 추정된다는 공터에 들어선다. 만하루 뒤의 연지처럼 이곳에도 큰 우물이 있다. 실제 왕궁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는데 알아서 할 테고. 나무 그늘에 앉아서 텅 빈 터와 주위를 에워싼 나무를 본다. 그냥 멍하니.

왕궁지.
왕궁지.

들어왔던 금서루를 통해 공산성을 나선다. 온종일 걸어 다녔다. 사진 찍고 걷고 사진 찍고 다시 걸어서 끝난 하루. 해가 서서히 스러지는 시간. 금강을 따라 다시 걷다가 근처 식당에 든다. ‘공주 국밥’이 유명하다기에 시켜본 국밥. 국밥이다. 맛은 있는데 그냥 소고기국밥이다. 한 그릇 비우고 나오자 금강 위로 투영된 태양. 2개의 해가 뜬 강변에서 갈 곳이 없다. 일정도 없고. 남은 시간을 또 어디 가서 보내나. 집만 나오면 부평초처럼 돌아다니는 꼴이다. 숙소를 잡고 쉬다가 내일은 부여로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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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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