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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겨울 보리는 밟을수록 더 단단해진다- 김한근(부산본부장·부장)

기사입력 : 2019-08-08 20:50:25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white list)에서 배제하고 이 조치를 이달 말에 실시할 것 같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일 간 경제전쟁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한국 경제는 대외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미중 통상 마찰, 미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배제 등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한·일 경제 전면전이 시작된 이상 정부와 경제계,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결연한 태도로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상응하는 경제·안보적 분야에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 수출은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핵심 부품과 소재 수입은 일본에 의존하는 무역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글로벌 경제 전쟁은 시작됐다. 세계의 글로벌 무역질서가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발전이 아니라, 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경쟁국의 발전을 끌어내리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는 협상이 아닌 일방적 굴복을 통해 해결하려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대한민국 보복 조치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현실화되면 우리 기업과 경제에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대일 의존을 벗어나는 일은 우리 경제가 필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다.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부산과 경남은 공작기계를 비롯해 화학, 자동차부품 등 대부분의 주력업종에서 직·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이 아니라도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일본에 실익을 뺏기는 ‘가마우지 경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핵심 전략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 경제의 구조를 개혁하고 산업경쟁력을 키워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한·일 경제전쟁에 미국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결정적 순간에 없다. 미국은 중재나 조정에 전혀 관심이 없다. 먼 산 불구경이다. 속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임시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두 손을 움켜쥐고 다짐했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가 공허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조경태 국회의원 등의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론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다.

국민들은 가해자인 일본의 ‘적반하장’ 행태와 비상식적인 외교적 결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보릿고개에도 견디며 살았다. 겨울보리는 밟으면 밟을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김한근(부산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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