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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과 조정-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

기사입력 : 2019-08-11 20:20:10

스타일 드리프트(style drift)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계획했던 전략 방향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펀드 매니저의 도덕적 해이나 잦은 거래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국제 정세와 같은 외부 환경변화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투자가 계획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원래 기대와 방향을 벗어났다고 판단하면 원래 궤도로 되돌아가기 위해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필요하다.

금융뿐만 아니라 복잡한 부품이 결합된 로켓도 스타일 드리프트가 발생한다. 최첨단 기술을 집약하더라도 자연환경이 예측불허로 변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날아가기는 힘들다. 과학자들은 분명한 목표점을 계산하고 로켓의 상태와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하여 자세제어를 끊임없이 반복함으로써 로켓을 목표궤도에 올려놓는다.

반대로 한 번 목표가 정해지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향을 콩코드 효과 또는 정박 효과라고 부른다. 콩코드 효과(Concorde Effect)는 어떠한 행위가 손실이나 실패로 이어질 것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투자했던 것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매몰 비용 효과(sunk cost effect)라고도 한다. 1969년 영국과 프랑스는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를 공동으로 개발해 1976년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당시 콩코드는 미국의 보잉(Boeing) 여객기보다 2배 이상 속도가 빨라 뉴욕 간 비행시간을 종전 7시간에서 3시간대로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하지만 기체 결함과 소음, 생산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어 사업 전망은 어두웠다. 이미 투자자들은 사업실패를 예감했지만 비용과 시간이 아까워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갔다. 결국 투자자들은 총 19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쏟아부은 끝에 2003년 운행을 중지했고 더 큰 손해를 입었다.

정박 효과 또는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는 어떤 사항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초기에 제시된 기준에 영향을 받아 판단을 내리는 현상이다. 닻을 내린 배가 크게 움직이지 않듯 처음 접한 정보가 기준점이 돼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왜곡 현상을 말한다. 즉 사람들이 어떤 판단을 하게 될 때 초기에 접한 정보에 집착해 합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행동경제학 용어다. 닻내림 효과의 예를 들면 매장이나 홈쇼핑 등에서 1+1, 50% 세일 등 이벤트에 현혹되어 소비자들이 할인된 가격으로 물건을 사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할인해도 저렴한 것은 아닌데, 원가표를 기준으로 사람들은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생지신(尾生之信)이라는 고사가 있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는 사나이였다. 어느 날 미생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정시에 약속 장소에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이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 미생의 믿음이란 뜻을 가진 미생지신은 약속을 굳게 지킨다는 좋은 뜻도 있지만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을 비유하기도 한다.

미중 무역전쟁에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한국 수출규제, WTO 개발도상국 지위 한국 해제 검토 등 대외환경의 악재들이 밀려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국내경제도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의 부진과 더불어 성장잠재력이 정체되면서 기업과 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극복한 민족성을 되새기면서 슬기롭게 현 난국을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말고 재도약을 위해서 잠시 움츠리며 숨고르기를 한다고 생각하자.

전찬열(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