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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창원 찾은 12인의 일본 평화운동가

“아픔의 역사 느끼려 한국 왔습니다”

일제강점기 흔적 보고 증언 들어

기사입력 : 2019-08-15 20:49:14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러, 역사를 배우러 한국에 왔습니다. 강제징용에는 일본정부의 책임이 있습니다.”

일본인 평화운동가 12명이 광복절인 15일 경남을 찾아 일제강점의 피해자와 유족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희생자들 앞에서 묵념했다.

15일 오후 6시 창원시 의창구 정우상가 앞에 세워진 경남 일제강제동원노동자상을 마주한 신카이 도모히로 단장 등 일본인 12명은 하얀 국화꽃을 들고 추모하러 온 창원시민들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동상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추기도 했다.


이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인 서정우씨가 세운 나가사키 오카평화자료관 회원들이자 평화운동가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초청으로 한일역사를 알고 한국과의 민간교류를 하기 위해 방문했다.

신카이 도모히로 씨는 “우리 자료관은 일본이 전쟁 때 어떤 만행을 했는지 고발하며, 일본 젊은이들을 가르치는 시민모금으로 만든 곳이다”며 “오늘 의령 서정우씨의 생가에서 이웃의 증언들을 듣는 귀한 시간을 포함해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강제징용은 일본국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 맞으며, 이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일본인들도 많다는 것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유족 김재명(78)씨의 증언이 이어졌다.

“부친은 군함도 1100m 아래 갱도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소금을 먹어 위가 많이 상한 채로 돌아와 가족들을 어머니가 먹여 살렸을 정도로 피해자들의 삶은 고됐다”며 “최근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걸고 경제보복을 하는 일본정부의 행태에 유가족은 피를 토할 심정이지만 여기 계신 일본분들이 큰 위로를 주셨다. 오늘 한국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오전 합천을 들러 원폭자료관과 원폭 위령각, 원폭피해자의 집 등을 방문해 당시 증언들을 들었으며, 원폭피해자 2세와 간담회를 가졌다. 의령의 강제 징용피해자 생가에서는 이웃의 증언을 들으며 굴곡진 현대사의 아픔을 함께 나눴다.

합천원폭피해자들의 구술 증언을 기록하고, 콘텐츠로 남기고 있는 소셜벤처 ‘인스토리’의 황라겸 대표는 “이번에 방문한 12분이 또 다른 분들에 알리는 일들이 계속 이어지면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들을 알고 반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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