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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축구 볼패싱 기술의 원조와 이강인 선수- 강영중(한중플랜트 대표)

기사입력 : 2019-08-18 20:19:34

한국축구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K-리그 출범으로 꾸준히 성장해 세계 상위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번 U-20월드컵대회에서 한국 팀은 준우승의 쾌거를 이루며 전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이강인 선수가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해 한국 축구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U-20월드컵대회에서 이강인의 성적은 2PK골 4도움골이지만 골든볼의 주인공이 된 핵심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탁월한 볼 패싱 기술을 맘껏 발휘했다는 점이다.

이강인은 매 경기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볼처리가 깔끔했고, 원하는 지점에 타이밍을 맞춰 볼을 전달하는 기술과 일품 택배 크로스를 선보였고, 경기를 조율해가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현대 축구에서는 골을 넣는 공격수, 후방을 책임지는 수비수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공격과 수비의 시발점인 미드필더(Midfielde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경기를 조율하고 탁월한 볼 패싱 기술을 보유한 미더필더가 팀의 핵심이 되고, 그러한 능력을 가진 선수를 보유한 팀은 강팀이 될 수밖에 없다.

베컴의 잉글랜드, 지단의 프랑스,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 요한 크라이프의 네덜란드는 탁월한 볼 패싱 기술을 지닌 선수의 역할로 오랜 기간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이상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노력만으로는 도저히 근접할 수 없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축구천재들이며, 이러한 점에서 이강인도 장래가 촉망된다.

그렇다면 1970년 이후 한국축구에서 탁월한 볼 패싱 기술을 보유했던 원조는 누구일까? 당연히 한국 국가대표 출신이며, 경남FC와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조광래 선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조광래 선수의 볼 패싱 기술은 발군이었다. 1970년대 고교(진주고) 시절 조광래의 진주고팀은 전국 3관왕으로 전국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막강한 팀이었다.

그런데 그팀에서는 우수선수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볼 패싱 기술을 지닌 조광래의 활약으로 강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됐던 기억이 생생하며, 조광래는 볼을 드리블해 가면서도 전후방 측면을 훤히 꿰뚫어보는 넓은 시야로 정확한 볼 패싱 능력을 보여주었다.

조광래는 한국축구가 ‘뻥’축구 시대를 마감하고 기술축구 시대를 열어 젖힌 주인공이다. 조광래가 어린 시절부터 축구 선진국으로 진출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아마도 이강인 선수 이상의 주목받는 선수로 성장하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아주 오랜만이지만 조광래 선수를 연상케하는 이강인의 출현에 가슴 설레며, 앞으로 더욱 성장하여 대표팀에서도 제2의 조광래로 자리매김해주길 기대한다.

이강인 선수가 한국축구의 중심이 되면 팬들은 강팀으로 업그레이드된 한국팀의 경기에 더욱 매료되고 진정한 축구예술을 만끽할 것이다.

강영중(한중플랜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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