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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산 불종로 예산 낭비 누가 책임지나

기사입력 : 2019-08-18 20:19:35

창원시가 최근 마산합포구 불종거리에 15억원을 들여 깐 콘크리트 블록을 걷어 내고 아스팔트 포장을 다시 해 졸속행정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든다는 이유로 멀쩡한 아스팔트 도로를 차도용 블록으로 교체한 지 2년 만에 원상복구했으니 당연한 지적이다. 이번에 아스팔트로 재포장하는 비용도 1억6000만원이나 들어갔다. 근시안적인 행정으로 16억6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한 셈이다. 문제는 이 도로가 계획될 때부터 콘크리트 차도용 블록을 깔면 차의 하중으로 파손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강행됐다는 것이다.

불종로 걷고 싶은 거리는 창동·오동동 상권을 살리고자 시작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160m의 도로에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블록을 깔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차도용 블록은 보기에는 좋지만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지난 2005년 22억원을 들여 중앙동 테마거리(롯데마트~인터내셔널호텔~중앙체육공원) 1㎞를 조성하면서 도로 선형을 S자로 설계하고 석재 벽돌을 깔았다가 7년 만에 다시 22억원을 투입하여 도로 선형을 직선으로 바꾸고 석재 벽돌을 걷어낸 뒤 아스콘으로 포장한 바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시에도 예산 낭비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는 석재 벽돌 대신 콘크리트 블록을 선택했지만 재질이 비슷해 파손되고 블록 간 마찰로 소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불종거리에 콘크리트 블록을 깐 지 2개월 만에 파손돼 지난해 2월 보수공사를 한 것을 비롯하여 그동안 5번이나 보수공사를 하면서 차량 통행을 막았다. 시행착오를 경험한 도로공사를 불종거리에 적용하면서 발생한 피해는 예산낭비뿐만 아니다. 인근 상가에는 잦은 공사로 인해 영업피해까지 발생하도록 했다. 행정의 시행착오는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이번과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불종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경위를 철저하게 살펴보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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