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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역골목상권, 지역화폐 활성화로 극복하자- 이명용(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19-08-19 20:24:32

“정부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유통점에 대한 규제와 제로페이 등 각종 지원책 도입으로 지역골목 상권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계속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현 정부 들어 경기악화와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골목상인들은 이제 골목상권이 과거처럼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정부나 업계에서도 간과한 온라인 쇼핑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커지면서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한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마트, 백화점, SSM 등 대형유통점이 지역에 들어오면서 지역상권이 심각한 타격을 받자 지역상인들은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고, 정부는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도입했다. 이렇게 되면서 오프라인 대형유통점은 그동안 제자리걸음 혹은 퇴보의 길을 걸어왔다.

지역 골목상인들도 이에 맞춰 지역 상권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틈새를 온라인 쇼핑이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치고 들어온 것이다.

온라인 쇼핑이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61.5%로 절반을 넘어섰다. 거래액을 보면 112조원으로 2013년 38조원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면서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를 이끈 모바일쇼핑은 같은 기간 10배 이상 거래액이 늘었다.

온라인 유통업체의 선두주자인 쿠팡의 경우 올해 매출이 국내 대형마트 2위 롯데마트를 넘어설 전망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56% 증가한 6조9220억원으로 예상돼 롯데마트 매출 6조6270억원을 3000억원가량 앞선다. 5년 전인 지난 2014년만 해도 쿠팡의 매출은 3480억원으로 롯데마트 8조5070억원에 비해 2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매출이 8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추락하는 사이 쿠팡이 빠르게 성장하며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온라인 쇼핑액의 증가는 지역 골목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강배 동아대 경영정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 ‘온라인 거래의 증가가 지역 소매 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액이 100억원 늘어나면 소매점포가 8개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온라인 쇼핑의 연간 증가 규모가 1조5649억원(올해 4월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새 온라인 시장 확대로 소매상점 1286개가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면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온라인 유통업체에 대응해 골목상권이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정책의 하나인 유통규제 정책이 전자상거래 업체나 식자재마트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 포함돼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로 유통시장의 헤게모니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데도 법 규제 대상이 대기업 계열 오프라인 점포에만 국한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서울 등 수도권에 본사를 둔 온·오프라인 대형유통업체에 지역민들의 돈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에서 순환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화폐의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제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지역상권이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이명용(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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