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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정희 욕한 것은 계엄법 위반 아니다”

징역형 받은 시민들 47년 만에 재심서 무죄 선고 잇따라

창원지검, 계엄법위반 관련 12건에 17명 재심청구

기사입력 : 2019-08-20 16:47:38

47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 등으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에 처해졌던 시민들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앞서 창원지검은 과거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계엄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 받은 17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창원지법 형사3부(재판장 구민경)는 1972년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당시 41세·1983년 사망)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무효이기 때문에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A씨는 지난 1972년 10월 24일 밤 진주역 대합실에서 50여 명이 있는 가운데 “박정희 이 새끼 정치를 X같이 한다. 박정희 X새끼 나쁜놈이다”라고 유포해 유언비어를 날조해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부산경남지구 계엄군보통군법회의는 1972년 11월 A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했고, 이후 관할관의 확인조치에 의해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A씨는 항소했지만 육군고등군법회는 1973년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7년이 지난 올해 초 이 사건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이끌어 냈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 법정대리인, 유족뿐 아니라 검사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당시 42세·1985년 사망)씨에 대해서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 B씨 역시 1972년 10월 23일 오후 밀양군 하남면 소재 정유소 앞 노상에서 “이 X끼들 박대통령 놈의 X끼” 등의 발언으로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1972년 11월 군법회의를 통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후 B씨의 항소에 의해 육군고등군법회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허가 없이 옥내 집회를 했다며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C(61)씨와 D(당시 46세·2015년 사망)씨에게도 무죄를 선고 했다. C씨는 지난 1972년 11월 자신의 집에서 허가 없이 지인 4명이 모여 옥내집회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었다.

이에 앞서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완형)도 계엄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F(당시 32세·2016년 사망)씨에 대한 재심에서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F씨는 1972년 11월 5일 친목도모를 위해 지인 4명과 지인의 자택에 모여서 포고령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심 재판부들은 “해당 사건의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됐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전부터 구 헌법, 현행 헌법, 구 계엄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며 이렇게 판시했다.

한편 창원지검이 계엄법 위반과 관련해 직접 재심을 청구한 사건은 총 12건으로 4건의 사건들은 무죄로 판결났고, 다른 8건은 재판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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