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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곡 처능, 조선 불교 철폐에 맞서다

8150자 상소로 불교 지킨 스님 이야기

벽산 원행·자현 저, 조계종출판사, 2만2000원.

기사입력 : 2019-08-23 07:49:51

조선 중기 가혹했던 불교 탄압에 맞섰던 백곡 처능스님(1617~1680)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조선왕조는 숭유억불 정책을 펼친다.

초기인 태종 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교 탄압은 중기로 오면서 더욱 심해진다. 세조나 문정왕후의 돈독한 신심 덕분에 잠깐잠깐 흥한 시기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세는 멸불(滅佛)이었다. 유생들의 상소에 실려 있는 표현 그대로 ‘불교의 뿌리를 뽑기 위해’ 온갖 행태가 자행됐다. 백곡스님이 살던 17세기에도 위기가 심각했다.

18대 임금 현종은 1659년 즉위하자 양민이 출가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비구나 비구니가 된 자는 모두 환속시켰고 어기면 벌을 줬다. 도성 안에 있던 비구니 스님들의 사찰 자수원과 인수원의 혁파도 명령했다. 선교(禪敎) 양종(兩宗)의 수(首)사찰이었던 봉은사와 봉선사도 철폐해 스님들을 내쫓았다. 현종은 폐불 정책의 근거로 △불교가 외래종교인 점 △상고의 법이 아님 △ 윤회 주장 △정치적 혼란 야기 △승려가 용역을 피하는 것 등을 제시했다.

백곡은 이 같은 조정의 배불정책에 반대해 1661년 목숨을 걸고 조선시대 상소문 가운데 가장 긴 8150자에 달하는 상소문 ‘간폐석교소’를 올렸다.

간폐석교소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사대부들이 폐불의 근거로 드는 6가지 주장에 대한 반박 그리고 불교 무용론에 대한 반박이다.

백곡이 상소를 올린 이후의 결과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이후의 조치를 살펴보면 자수원과 인수원이 복원되지 않았지만 서울 봉은사와 봉선사는 철폐를 면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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