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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잡아 잡수시되 날것은 아니되오… 비브리오 패혈증

바다 세균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가 원인

해산물 날것으로 먹었을 때나 상처 통해 감염

기사입력 : 2019-08-25 21:04:23

지난 6월, 올해 첫 비브리오 패혈증 확진환자가 발생하면서 여름철 어패류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간 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비브리오 패혈증 감염 가능성이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패혈증을 뜻한다. 발열·복통과 함께 균혈증이 생기고, 주로 양 하지에 큰 물집이 잡혔다가 점차 괴사 조직으로 변해 가는 경과를 보인다. 세계적으로 미국, 일본, 대만, 이스라엘, 스페인, 터키, 태국, 덴마크,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 보고되고 있는 비브리오 패혈증은 간경화와 같은 간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 혈색소 침착증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며, 치사율이 50% 이상인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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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리오 패혈증은 지난 2000년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됐고, 국내에서 매년 20~40명 정도의 환자에게 나타나며 환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치명률은 55%가량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사망자 대부분은 만성 간 질환 등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다. 대부분 40세 이상 남자에서 발병하며(남녀 비율 7:1), 여름철 서남 해안지역 수온이 18~20℃ 이상이고, 염도가 25‰ 정도일 때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는 바다에 사는 세균이다.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는 바닷물의 온도가 18~20℃ 이상으로 상승할 때 증식하기 때문에 비브리오 패혈증은 대부분 여름철에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다. 만성 간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이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오염된 굴과 같은 어패류를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었을 때 감염된다. 드물지만 상처가 바닷물에 오염돼 비브리오 패혈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단 및 증상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여름철에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먹고 발열, 하지의 수포, 괴사 증상을 호소하면 비브리오 패혈증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의 혈액 혹은 연조직 병변, 수포, 괴사 조직 검체에서 원인균(Vibrio vulnificus)을 배양 검사해 확인되면 확진할 수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연조직 감염과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조직 감염은 해안에서 조개껍질이나 생선 지느러미에 긁힘으로 생긴 상처를 통해 바닷물에 있던 균이 침입해 발생하며 상처 부위 부종과 홍반(붉은 반점), 물집, 조직 괴사로 나타난다. 1~2일 정도의 잠복기 후에 급작스러운 발열, 오한, 전신 쇠약감, 복통, 혈압 저하 등의 증세가 나타나고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대부분 증상이 생기고 난 후 30여 시간 이내에 피부에 병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피부 병변은 주로 하지에서 시작하며, 발진·부종의 형태로 나타난 뒤에 수포(출혈성)를 형성한 후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괴사성 병변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수포성 피부병변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유의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사람 간에 전파되지는 않기 때문에 환자나 접촉자를 격리할 필요는 없다.

◇치료 및 예방법

3세대 세팔로스포린이나 독시사이클린 등의 항생제를 단독 혹은 병합 투여한다. 비브리오 패혈증 환자에서 흔히 조직 괴사가 동반되는데, 괴사한 조직은 항생제를 투여해도 호전되지 않으므로 괴사조직 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위의 모든 치료를 동원하더라도 치사율이 50% 이상으로 매우 높다. 특히 쇼크에 빠지는 경우 회복이 매우 힘들며,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사망한다.

어패류를 56℃ 이상의 열로 가열해 충분히 조리한 후 섭취해야 하며, 특히 간이 좋지 않거나 면역이 저하된 사람과 같은 고위험군은 여름에 날것 또는 덜 익은 해산물을 섭취하지 않아야 한다. 여름철 어패류는 5℃ 이하의 저온에서 저장하거나 60℃ 이상으로 가열 처리해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은 후 섭취하도록 한다. 여름철에 해변에 갈 때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상처가 났을 때는 재빨리 깨끗한 물로 상처 부위를 씻고 소독해야 한다.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도움말= 한국건강관리협회 2019년 건강소식 8월호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 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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