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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앞세워 고위험 외면 “원금 다 날릴 판”

‘DLS·DLF 대란’ 이유는?

투자금 8224억… 투자자 95% 개인

기사입력 : 2019-08-25 21:04:25

적어도 56%, 많게는 95%의 원금 손실이 예측된 일명 해외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S·DLF) 사태에 대한 논란이 연일 뜨겁다. 투자금은 무려 8224억원. 투자자의 95%는 개인이다.

1인당 2억원꼴로 투자해 수익은커녕 원금이 1000만원 남는 초유의 사태가 도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메인이미지자료사진./픽사베이/

◆파생상품은 ‘제로섬’=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이다.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된 파생상품은 제로섬(Zero Sum) 게임이라는 데 답이 있다. 한 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 쪽은 그만큼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금리 연계 파생상품이라면 투자자들은 금리가 올라가느냐 내려가느냐에 베팅한다. 한국 투자자들은 영국·미국·독일 주요국의 금리가 ‘일정 구간 아래로 하락하지 않는다’에 걸었고, 지금과 같은 사태가 발발했다.

금융업계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한국 투자자에 투자손실을 안긴 사태로 분석한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자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금리 하락에 대비한 옵션 상품을 필요로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 상품을 설계한 곳이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SG) 등 글로벌 IB로,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금리 하락 시 수익이 나는 상품이 상당수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원금 손실가능성 고지했나= 규모가 8000억원에 달하다 보니 원금 손실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판매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나온다.

우리은행이 주로 판매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DLS는 가입 6개월 뒤 만기일 금리가 -0.25% 이상인 경우 원금 전액과 2% 금리를 보장하지만 만기일 금리가 -0.25% 밑으로 내려가면 원금손실이 되도록 설계됐다.

금리가 0.1%p 떨어질 때마다 원금 25%를 잃어 금리가 -0.65%에 도달하면 원금을 모두 날리는 구조다. 20일(현지시간) 기준 금리는 -0.689%이니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원금 손실 100% 가능성이다.

영국·미국 CMS 금리 연계 DLS의 손익기준은 만기 평가시 두 기초자산의 종가가 모두 최초 기준가격의 55%(12개월) 이상인 경우 연 3.5% 지급, 두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0%에 도달하는 경우 원금 전액 손실이다.

우리은행이 직원들에게 배포한 상품 설명서에는 ‘최근 18년간의 데이터를 입력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만기 상환 확률이 100%, 원금 손실 가능성은 0%’라고 표기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권은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 투자자를 대상으로 불완전 판매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실에 제출한 DLF 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판매한 독일 금리 DLF의 개인 투자자는 540명, 이중 3분의 1은 만 65세 이상이었다. 하나은행 DLF도 40% 이상이 만 65세 이상이었다.

◆불완전판매 부추기는 구조= 원금마저 잃은 투자자와는 달리 국내 금융회사는 발행·판매로 수수료 및 파생운용 수익을 챙겼다. 은행은 선취판매수수료로 투자원금의 1~1.5%를, 자산운용사는 신탁보수로 연 0.3% 정도를 수취했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내부 인사구조가 불완전판매를 부추긴다는 얘기도 나온다. 많이 팔아야 인사고과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한국금융연구원이 그 해 하반기 기준 일반은행 6곳의 KPI(핵심성과지표) 운영현황을 살펴본 결과 수익규모(28.8%)·비이자수익(25.2%) 등 수익성 항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건전성(9.5%), 고객보호(1.8%) 비중은 미미했다.

같은 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2017년 현재 또는 2010년 이후 영업점 근무 경험자 2만76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가 ‘고객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KPI 실적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금감원은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8월 중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 현장조사 및 원활한 분쟁조정 추진을 선언했다.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상품 판매의 적정성(고객 연령과 수입원, 금융지식과 투자목적 등), 적합성(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 부당권유(판매 과정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부당한 조건을 제시) 등 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세 부분에서 금융사 잘못이 명백하면 60%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한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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