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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행복의 조건- 이명용(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19-09-03 20:29:33

우리의 삶은 비슷한 일상이 되풀이된다. 대부분 집과 직장을 오가며 하루하루의 복잡한 일과에 쫓기듯 살아간다. 스스로 변화와 즐거움을 찾지 못하면서 삶 자체가 따분하고 공허함에 빠지기도 한다. 행복이나 감동이란 말이 낯설 수밖에 없다. 현재처럼 복잡하지 않은 과거에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과거 성인이나 선조들은 평범한 일상의 조그마한 것이나 부족함을 통해 행복을 느끼려 한 것 같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현자 플라톤은 재산과 외모, 말솜씨와 체력, 명예 같은 덕목에서 완전함이나 채움이 아니라, 다소 부족한 상태가 행복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복은 모자라는 것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노자는 도덕경 44장에서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잃는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갈 수 있다”고 했다. 많은 한국인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까닭은 자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이, 더 높이, 더 멀리를 욕망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선조들도 비슷하다. 조선중기의 문인 상촌 신흠은 문 닫으면 마음에 드는 책 읽고, 문 열면 마음에 맞는 손님을 맞이하며, 문을 나서면 마음에 드는 산천경개를 찾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책 읽고 글 쓰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는 것, 벗과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삼락이라고 했다. 독서와 친구 등 좋은 인간관계를 중시한 것 같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소가 1938년부터 75년간 724명을 추적해 찾아낸 행복의 조건은 ‘좋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우리가 시간을 많이 보내는 가정과 직장에서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행복의 조건인 셈이다. 이를 위해 독서, 여행, 운동, 글쓰기, 사진 찍기 등 행복의 실현요소는 무수히 많다. 이를 통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만족과 기쁨을 느끼면 그게 행복이 아닐까 한다. 행복은 바로 우리생활 속에 있다.

이명용(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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