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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나 하나-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기사입력 : 2019-09-03 20:29:37

“잡종 강아지라고? 키울 사람 찾기 쉽지 않을 건데·….”

몇 달 전 김해 고향 집에서 기르는 개가 새끼 네 마리를 낳았다. 어미를 닮아 몸 전체가 검은색인 강아지와 어미와 전혀 다른 온몸이 흰색인 강아지, 그리고 흰색과 황색이 섞인 강아지들이었다.

어미개는 작년에도 새끼를 낳았는데, 그때 강아지를 분양하면서 애를 먹어 이번엔 임신을 막기 위해 단속을 했는데도 집을 나갔다 온 후 또 새끼를 가졌다. 강아지가 태어나자 가족들은 주변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등 강아지 분양을 위해 나섰다. 그러나 잡종견(믹스견) 강아지를 선뜻 가져가 키우려는 사람은 없었다. 가족들의 노력으로 강아지들이 태어난 지 두 달쯤에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분양을 했다. 그러나 암컷 한 마리는 가져가려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어미와 함께 길렀다. 이 강아지도 그 후 형님 친구에게 분양했다. 강아지들을 분양한 후 다시는 이런 고민이 생기지 않도록 어미 개의 중성화 수술을 했다.

요즘은 키우는 개가 새끼를 낳는 게 주인에겐 큰 걱정거리다. 예전엔 이웃들에게 나눠주거나 개장수를 불러 처리하면 됐지만 이젠 그러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잡종견은 분양하기가 더 어렵다. 이러다 보니 교미를 시키지도 않고, 중성화 수술도 많이 한다.

이런 중에도 방송 프로그램에서 관심을 끌거나 인기 있는 품종의 개들은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열악한 번식장에서 공장의 생산품처럼 태어나 거래가 되기도 한다.

한우 중에 ‘보증 씨수소’라는 게 있다. 정부가 한우 개량을 통한 축산농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검증을 거쳐 보증한 씨수소다. 체중·육질 등이 뛰어난 이 씨수소의 정액을 한우농가에 공급해 인공수정으로 우수한 한우가 태어나게 한다. 씨수소 한 마리를 통해 전국에서 3만~4만 마리의 새끼 한우가 태어나며, 현재 국내에 130여 마리의 보증 씨수소가 있단다. 씨수소처럼 인간이 필요로 하는 부분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개체는 자손을 더욱 많이 남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개체는 거세되거나 번식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자연의 선택이 아닌 인간의 선택에 따라 이뤄지는 동물의 번식. 합천 출신 변삼학 시인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시집 ‘자갈치 아지매’ 중)라는 시가 생각난다. ‘여물통에 사료 쏟아 부을 때마다/“이것아 제발 밥값 좀 하그라이/이번이 세 번째 수정인 거 알제? 후유!!!”/날마다 내 귀에 고동 딱지로 박히는/그 질타의 한숨에/외양간 검불들이 들썩인다//여섯 마리 새끼에 젖을 먹이고 있는 똥개를/쓰다듬는 아지매에게 우순牛順이 나도 할 말은 있다/내 고삐만 풀어준다면 신분을 초월해서라도/똥개처럼 어디서든 임자 만나/뜨겁게 사랑해서 쌍둥이도 수태할 수 있다고,/음매! 음매!! 음매!!!/부르짖어 보지만 그야말로 쇠귀에 경읽기다.//어쩌란 말인가 어쩌란 말인가 무슨/환경호르몬에 인간 씨알 말라간다지만/설마 가축인 내가 농촌 폐비닐 태운 향기에/좀 취했다기로서니/불임이 될 턱이 없을 테고,/아무리 소대가리 지능이지만 나도 안다/칠거지악의 죄인인 내 몸값, 밥값,/농가 부채負債로 늘어간다는 것,//엉덩짝 맞으며 쟁기질하던 전생이 그립다/거듭거듭 싸늘한 인공수정에 실패한 내 몸/우시장에 끌려가기 전, 우악스런 황소와/씨름하듯 불덩이 사랑이나 한번 해봤으면…’.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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