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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돛단배, 돛뗀배 그리고 블루오션-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기사입력 : 2019-09-04 20:30:10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 민족에게 예로부터 뱃길은 ‘희망의 길’이자 ‘욕구의 분출로’였다. 과거에는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동안 만들어지는 하얀 뱃길의 원천은 다름 아닌 바람의 힘을 받는 ‘돛’이었다. 그래서 돛단배였다. 배의 추진을 뜻하는 돛으로, 배의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비유적으로 생각해 보자.

출항 전 돛이 높이 서 있으니 ‘돛선배’, 항해 도중 바람으로 돛이 머리 땋듯 되어 ‘돛딴배’, 아예 돛이 꼬여버리면 ‘돛꼰배’, 바람이 돛을 밀어 달리니 ‘돛민배’, 한참을 가다 돛이 바람에 완전히 날려버리면 ‘돛난배’, 항해를 마치고 돛이 더러워져 깨끗이 빨아서 달면 ‘돛빤배’, 여러 해 쓰다가 돛이 다 헐으면 ‘돛헌배’, 돛을 계속 고치기 힘들어서 엔진으로 바꾸기 위해 아예 돛을 떼어버리면 ‘돛뗀배’가 된다. 이렇듯 돛을 달고 다니던 돛단배 이후 그 돛을 대신하여 사람의 힘, 증기의 힘, 석유나 가스를 이용한 엔진의 힘 그리고 모터를 이용한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등 다양한 추진력을 갖는 ‘돛뗀배’들이 속속 나타났다.

얼마 전 창원시 진해구에 ‘부산항 제2신항’ 개발 계획이 확정되었다. 경남이 유치한 국책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2040년까지 13조6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경남도는 이 신항을 2만5000TEU급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메가포트로 육성하여 물동량 기준 세계 3위의 항만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즉 경남 및 창원지역이 동북아 물류중심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되는 것이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소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제2신항 개발에 따른 경제적 파급 유발효과를 생산 28조4758억원, 부가가치 22조1788억원, 고용효과 17만8222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말 멋진 기획으로 ‘부산항 제2신항’이 약 20년 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신항, 동북아 물류 중심 허브, 해양 메카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가는 선박들과 항만과의 연계성이다. 항만의 초현대적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진정한 해양 메카가 될 수 없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5G 시대에도 최적의 미래 인프라 구축 계획이 항만 구축에 충분히 반영되리라 믿는다. 완성될 시점이 20년 후이겠지만, 기술발전 속도까지 고려한다면, 대략 100년 정도는 앞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듯싶다. 본격적인 AI 시대 그리고 미래의 6G, 7G 시대까지는 물론,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 5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도 예측해 봄은 어떨까? 대규모 국책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을 포함한 극히 세밀한 기획이 전제되어야 하리라. 그래야만 단순한 해상교통로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화물들과 함께 경남의 꿈, 더 나아가 한국의 희망도 실려질 게 아닌가.

경제용어로 블루오션은 희망적인 상황을 뜻할 때 사용된다. 말 그대로 파란색의 바다인데, 멀리 볼 때만 푸르지 정작 바닷물을 떠 놓고 보면 전혀 ‘블루’하지 않다. 진정한 블루오션은 무한한 희망과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푸른 희망’의 바다를 뜻할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띄우는 우리의 힘찬 배들이 가는 길마다 푸른 희망을 쏟아내면 어느새 그 바다의 길이 ‘푸르게’ 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정한 블루오션이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블루오션은 여전히 개척해야 할 여지도 많은 미래의 바다인 만큼, 우리의 하얀 뱃길을 마음껏 그어볼 수 있는 푸른 도화지이기도 하다.

곧 완성될 ‘신항’에서 우리의 희망을 실은 배들을 힘차게 출발시키자. 그것도 아주 빈번하게 달리게 하자. 한 줄, 두 줄 푸른 뱃길을 그어대다 보면 온통 블루오션으로 변할 것이며, 이곳에서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푸른 미래가 만들어지리라. 그 일을 바로 우리 경남이 해내자!

최규하(한국전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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