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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에너지 전환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기사입력 : 2019-09-04 20:30:18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업체인 두산중공업이 있는 창원을 비롯해 협력업체가 있는 도내 모든 지역에는 탈원전에 따른 속앓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외수주에 활동중인 두산중공업은 우리나라에서의 탈원전 시도로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궁색해졌고, 전국 800여개사에 이르는 두산중공업의 원전 관련 협력업체는 인력 구조조정, 사업변화 추진, 부도 등이 뒤따랐다. 도내 두산중공업의 협력업체는 260여개로 거의 휴업상태이며 이 중 일부는 부도로 회사를 접었다.

원전 관련 협력업체들의 고통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과정은 이렇다.

원자력 제어봉 제어계통(CEDM) 전력함 기자재와 외함조립 등 공급 업체인 창원 의창구의 한 업체. 이 회사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예상 매출과 인원을 확 줄였다.

신한울 1·2호기 조성 등으로 누적매출을 60억원 정도 잡았으나 목표 달성률을 절반 이하로 수정했다. 인원도 원래 15명이었던 것을 6명으로 필수 인원만 남겼다. 생산부문 외주 20여명과 외함 제작사 등의 2차 벤더도 손을 놓았다.

이 회사는 신고리 5·6호기 조성 이후 내년부터 수주물량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고, 사업다각화로 살아남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방향전향이 확실치 않다. 최소인원으로 신한울 3·4호기의 재개를 바라지만 무한정 버틸 수 없다.

두산중공업 역시 올해부터 고통분담에 들어가 있다. 직원 8000여명 중 과장급 이상 2400여명은 2개월간 순환휴직으로 돌려 인위적 구조조정을 피하고 있다.

지난 3일. 창원에서 있은 ‘정부 에너지 정책 변화와 지역 경제’ 세미나에서 발표자 등 패널 대부분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지역과 협력업체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곽소희 창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탈원전이 대기업과 협력업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지역상권, 고용, 투자 등 경제 전반도 함께 침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는 “신규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우리의 핵심기술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의 공급망을 국내원전의 지속적 활용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원자력 산업이 전성기에 있을 때 탈원전을 감행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조선경기 침체 등도 있어 탈원전 탓이라고 꼭 짚을 수 없지만, 우려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창원산단의 올 상반기 생산과 수출, 공장 가동률이 내리막길이다.

창원산단의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공장가동률이 전년 동기 83.2%보다 76.7%로 6.5%p 떨어졌다. 엊그제 통계청이 밝힌 도내 소비자물가지수(103.79)도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률(-0.5%)을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마이너스는 1965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세미나 현장에서 두산중공업 노조원들이 내건 정부의 탈원전 정책 비판 현수막에 주목해야 한다. ‘대책 없는 정부 에너지정책 전환으로 노동자와 지역경제는 죽어가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당사자와 지역에 엄청난 고통만 안겨준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전환점을 기대해 본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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