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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수기치인- 이종훈(정치부장)

기사입력 : 2019-09-04 20:30:12

우리나라 정부의 국민 신뢰도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부신뢰도 조사 결과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국민 비율은 36%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6명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통계이다. OECD 국가 신뢰도 평균인 45%에 훨씬 못 미치지만 2017년도 24%보다는 많이 상승한 비율이다. 순위로는 34개국 중 25위이다. 스위스가 정부신뢰도 82%로 가장 높고 이어 룩셈부르크(74%), 노르웨이(72%)가 2, 3위를 차지했다.

▼정부신뢰도가 낮은 것은 뿌리 깊은 정치불신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말과 행동을 달리하기 시작하면서 불신풍조가 퍼져나가고 결국 경제상황도 나빠져 정부와 사회 구성원의 신뢰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깊어지면 원상복원이 거의 불가능해지고 좀처럼 헤어나기 어려워 국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정치를 잘하는 3가지 비결로 먹을거리를 넉넉하게 하고, 군비를 충분하게 하고,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중 으뜸 덕목으로 민신(民信)을 꼽았고 ‘백성들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나라는 설 수 없다(무신불립·無信不立)’라 하였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나 정치도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가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특히 자신으로부터 배움을 받는 젊은이들에겐 정의를 이야기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은 그렇지 못한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면서 배신감이 커지고 있다. 유교 경전인 대학에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에 남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정치인 등 사회지도층이 지녀야 할 필수덕목이다. 수기(修己)가 되어 있지 않은데 치인(治人)하려 든다면 사회는 불신의 늪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 것이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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