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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추석- 이준희(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09-10 20:13:54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秋夕)이다. 추석(秋夕)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 다시 말해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으로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고향을 가진 이들에게 고향을 떠오르게 하는 달이다.

▼중추절(仲秋節)·가배(嘉俳)·가위·한가위라고도 부르는 추석은 신라 제3대 유리왕 때부터 지내온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추석에는 머슴들에게까지 새 옷을 한 벌씩 해주는 등 풍요를 구가했다고 한다. 가을 수확을 하면 햇곡식을 조상에게 먼저 올린 다음 후손들이 먹는데 추석차례가 천신을 겸하기도 했다. 추석 때 벌초를 않으면 임자 없는 무덤이거나 자손이 있어도 불효자로 조상의 묘를 돌보지 않는다 하여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올 추석 창가로 모두 밝고 맑은 표정들만 보이는게 아니다. 왠지 모를 답답함과 우울의 그림자들도 아른거린다.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청와대가 조 후보자를 지명한 지 28일 만에 열렸지만 각종 의혹만 남긴 채 마무리됐다.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고심 끝에 사흘 만인 9일 그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검찰이 표창장 위조 의혹과 사모펀드의 위법성, 웅동학원 채무 면탈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수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당분간 정국이 혼란스러울 듯하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가 한가위를 앞두고 직장인·대학생·취준생 등 성인남녀 2835명을 대상으로 추석 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추석을 혼자 보내고 싶다는 ‘혼추족’이 28.8%를 차지했다. 추석 풍경에 가장 어울리는 키워드로는 ‘쉼이 있는, 여유로운(54.6%)’을 꼽았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추석에 조촐한 차례상을 차려놓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가족 친지들과 정이 담긴 음식을 나누는 것이 정(情)이라고 생각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처럼 바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연휴를 통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삼았으면 한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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