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거부의 길] (1667) 제24화 마법의 돌 167

기사입력 : 2019-09-11 07:59:09

연심을 데리고 피란을 갈 수 없었다. 그녀들이 남아 있어도 북한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지 않을 것 같았다.

“말자야, 네가 집을 잘 지켜야 돼.”

허정숙이 말자에게 말했다.

“네.”

말자가 말했다. 그녀는 천성이 낙천적인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이재영은 운전을 하여 한강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저녁이 되자 더욱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빗속에서도 피란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어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멀리서 포성이 간간이 들리고 미아리 저지선이 뚫렸다는 소리도 들렸다. 한강 다리 근처에 이르렀을 때는 피란민들이 가득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어떻게 해요?”

허정숙이 불안해했다.

“차를 두고 가야겠는데.”

“그럼 비를 맞고 가야 하잖아요?”

“옷가지를 놔두고 패물이나 챙겨.”

이재영은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허정숙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이재영은 가방을 등에 메고 허정숙은 가방을 들었다. 사방이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거요?”

그때 군인들이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총을 든 군인들이었다.

“비가 오는데 왜 피란을 가는 거요? 우리가 빨갱이를 몰아낼 테니 피란 가지 마시오.”

군인들은 피란민들을 어떤 예배당으로 밀어 넣었다. 이재영도 허정숙과 함께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예배당에는 이미 피란민들이 가득했다. 한강을 건너지는 못했으나 비를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떻게 해요? 괜히 집을 나왔나 봐요.”

허정숙이 발을 굴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근방에서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포성이 들려왔다. 사람들이 예배당에서 우르르 뛰어나갔다

“나가지 마시오.”

군인들이 피란민들을 만류했다.

“예배당에 앉아 있다가 죽으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사람들이 흥분하여 소리를 지르자 군인들도 어쩌지를 못했다. 이재영은 허정숙과 함께 사람들을 따라 예배당에서 나왔다. 비는 세차게 쏟아지고 사방은 캄캄한데 총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다리가 무너졌다!”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군인들이 다리를 폭파시켰어!”

사람들이 분통을 터트리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무너지다니….’

이재영은 난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