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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사투리로 쓴 수필집 나왔다

통영 양미경 작가 ‘내 쫌 만지도’ 펴내

전설·설화 등 맛깔스런 옛이야기 담아

기사입력 : 2019-09-16 07:58:53

통영에서 활동 중인 양미경(사진) 작가가 ‘사투리로 쓴’ 독특한 수필집을 펴냈다. 제목부터가 ‘내 쫌 만지도’(수필과비평사, 2019)다.

이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경상도 사투리가 ‘철저하게’ 쓰인다. 제1부 배꼽 아래가 때꼼해지는 이바구, 제2부 호랭이 담배 묵던 시절 이바구, 제3부 세상살이 시비 쪼매이 걸어보는 이바구, 제4부 토영 전설 이바구라는 개별 주제로 짜여진 글들은 아기자기하지만 구수하고 진하게, 또 맛깔스럽게 어이진다. 작가가 살아오면서 보고 느낀 것, 세태에 관한 풍자, 작가의 옛 기억을 더듬는 추억 이야기, 고향 통영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작가의 입으로 친절하게 들려주는 옛 이야기가 흥미롭게 버무려져 있다.


특히 소매물도 남매바우, 장개섬(남망산 인근의 동산)에 얽힌 마구할매 이야기, 수우섬에 얽힌 설운장군 이야기, 사량도 옥녀봉에 얽힌 슬픈 전설, 통영 착량묘에 김삿갓이 다녀간 이야기, 미륵산에 도솔선사와 호랑이가 함께 살았다는 전설 등 통영에 관련된 구전들은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따스할 뿐 아니라 구전문학의 사료적 가치도 있어 보인다.

양 작가는 평생을 통영에서 글을 쓰며 살아온 사람으로서 “어머니 태내에서부터 학습한 내 고향의 언어로 글을 써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었다”며 사투리 수필집 발간에 담긴 의미를 밝혔다.

양 작가는 “사투리는 한 지역의 문화와 풍속의 향기를 그대로 지닌 우리 본래의 언어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게 책에 수록된 글들은 걸쭉한 사투리의 맛과 생생한 탯말 본연의 힘을 관능적 아름다움 위에 올려두고 작가가 요리조리 능숙하게 요리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양 작가는 나고 자란 지역의 언어로 책을 내본 선배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양 작가는 “여러 지역에 더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땅의 언어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들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조언했다.

통영 출신인 양미경 수필가는 1994년 수필과비평으로 등단했다. 수필집 ‘외딴 곳 그 작은 집’, ‘생각을 겨냥한 총’, ‘눈 오는 날 추사를 만나다’ 등을 펴냈다.

김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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