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기자수첩] 기자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기사입력 : 2019-09-17 07:56:35
조 고 운 (사회부)
조고운 (사회부)

기자의 의자를 치웠고, 회의실 밖으로 나가 달라고 했다. 이를 제지하는 한 도의원과 경찰 간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그렇게 16일 오전 경남지방경찰청 2층 청장실 내 회의실에서 기자는 말 그대로 쫓겨났다.

이날은 본지에 ‘불법 성매매 OUT-창원 서성동을 바꾸자’를 주제로 경찰의 소극적 단속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날이었고, 이 자리는 도의원과 여성인권 관련 상담소 관계자 등 7명이 불법 성매매 대책을 요구하는 청장과의 면담 자리였다.

본지가 보도 중인 서성동 집결지 단속 대책에 대해 경찰과 현장 활동가들이 의견을 나누는 첫 자리였고,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공익성과 알권리 측면에서 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미리 도착한 청장실 앞에서 담당 경찰과 간부의 동의를 구했다. 회의실 뒤편으로 기자를 위한 보조의자도 마련됐다. 그런데 경찰의 태도가 돌변했다. 일부 간부들이 청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직후였다. 경찰 측은 취재에 대한 사전 협의가 안 됐고, 오늘 논의할 사안은 공개할 내용이 아니라며 비공개를 주장했다.

한 도의원이 기자의 취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되레 그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약속 시간이 지났음에도 청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면담 진행을 위해서는 자리를 피해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기자가 사전에 협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맞다. 갑작스러운 취재 요청에 당황했을 경찰 입장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경찰의 비공개 명분은 납득하기 어렵다. 내부 회의도 아니고 기밀 또는 민감한 내용이 오가는 자리도 아니었다. 성매매와 여성 관련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경남경찰에 전달하고, 경남경찰은 이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하는 자리였다. 이는 경남경찰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칭찬받아 마땅할 현장이 아닌가. 솔직히 취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은 못했다.

경찰의 취재 거부가 단순히 절차상의 문제였는지, 언론의 감시와 비판에 대한 불편함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경남경찰 수장이 언론을 대하는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태도가 서성동 집결지의 불법 성매매를 대하는 경찰의 태도와는 다르길 바랄 뿐이다.

조고운 (사회부)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