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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울푸드- 조고운(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 2019-09-17 20:27:56

일에 힘겨운 날이면 떠오르는 식당이 있다. 창원 상남시장 3층 A닭갈비 집이다. 스트레스를 잊게 만드는 매콤달콤한 맛과 쿨피스를 서비스로 건네는 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에 어느새 단골이 됐다. 함께 이 식당을 개척(?)한 직장 동료들과의 단체 카톡방에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닭갈비 각’을 외치는 이가 있다. 무언가 힘들다는 소리다. 그러면 그날 점심 우리는 함께 닭갈비를 앞에 놓고 위로하고 위안받는 한 끼를 나눈다. 그렇게 A식당의 닭갈비는 내 직장생활에 힘이 되는 ‘소울 푸드’가 돼 버렸다.

▼음식에 ‘영혼’이란 뜻의 ‘소울(Soul)’이 붙은 소울푸드(soul food)는 전통적으로 미국 남부 흑인들과 관련된 음식을 말한다.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미국 흑인 특유의 음식이란 뜻으로 통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는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의미로 소울푸드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영혼 또는 추억이 담긴 음식,또는 먹으면 힘이 나는 음식을 소울푸드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책 ‘라틴어 수업’에는 티라미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탈리아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험을 못 보고 오면 아이를 데리고 인근 가게로 가서 티라미수를 먹인다. 티라미수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라 시험을 못 본 것도 잊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탈리아어로 티라미수는 ‘위로 끌어올리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티라미수의 이름부터 이 케이크를 먹으면 울적했던 기분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이탈리아 아이들에겐 티라미수가 소울푸드일 것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본능이자 생존수단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때가 되면 허기진다. 그리고 그 허기를 어떤 음식으로 채우느냐는 꽤 중요한 문제다. 음식으로 위뿐만 아니라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의 집밥, 첫사랑과의 데이트 음식을 떠올리면 가슴 한편이 뭉클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또 닭갈비 각이다.

조고운(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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