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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서성동을 바꾸자] (3) 불법 성매매 집결지에 무방비 노출된 아이들

매일 아침 집결지 사이로 불편한 등굣길

무학초서 150m… 인근 중·고교도 다수

기사입력 : 2019-09-17 21:12:53

“집결지요? 정확히는 몰라도 성(性)을 파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저게 없어지고 축구장이 생기면 정말 좋겠는데…. 제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지금까지 저렇게 오래 있었던 곳인데 없앨 수 있을까요?”

17일 오전 8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앞, 늘어선 불법 성매매업소를 보며 등교하는 초등 5학년생 김모군의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등교하던 김군은 “저기(집결지)가 나쁜 곳으로 알고 있어서 잘 다니진 않는다”며 “친구 중에는 집에 가려면 저기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 애도 있고, 불량한 형들은 저녁에 일부러 저기를 지나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김군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일상처럼 서성동 집결지를 지나 학교로 향했다. 일부 학생들은 집결지 거리 안 골목에서 나오기도 했다.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김승권 기자/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전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김승권 기자/

집결지를 지나쳐 등교하는 구모(17)양은 “평소에는 잘 안 다니는데 지각하지 않으려면 지름길로 가야 해서 지나가게 됐다”며 “제가 태어날 때부터 집결지가 있었는데 불법이라고 하면서 왜 없어지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내 유일한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단속에 경찰과 지자체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수 년간 인근을 통행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불법 성매매 행위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고 자녀를 둔 부모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청소년통행금지구역인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반경 1㎞ 안에는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여러 개 중·고등학교도 위치해 있다. 매일 등·하교 시간이면 어른이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아이들이 성매매업소를 양쪽에 둔 집결지 내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특히 무학초등학교 경계에서 집결지 입구까지는 직선거리 150m 정도에 불과해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환경보호법)에 근거한 행정제재가 가능하다. 교육환경보호법상 학교 출입문에서 직선 50m 안은 절대보호구역, 학교 경계에서 직선 200m 안은 상대보호구역으로, 불법 성매매업소와 같은 청소년 출입금지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및 취소, 철거 명령을 할 수 있지만 행정처분권이 교육감에 없고 지자체장에만 있다는 게 맹점이다.

창원교육지원청은 수시로 경찰과 창원시에 단속 요청을 하고 있고, 매년 상·하반기에 집결지 폐쇄 요청을 하고 있지만 연이은 교육청의 단속 요청에도 경찰과 시가 귀를 닫으면 법 위반에 대한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올해는 현재까지 3회 폐쇄 조치를 요청했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청으로 서성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편과 불만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데 업소에 대한 인·허가권이나 단속권한이 없어 직접 나설 수 없는 교육청도 고민이 많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무학초교 관계자도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집결지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거나 연관돼 있어서 학교 차원에서 불법 성매매에 대한 교육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안전한 통학로 캠페인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경찰 등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집결지와 직선으로 60m 남짓 거리에는 시립어린이집이 2곳이나 있고 인근 아파트 내 운영되는 어린이집도 있어 아이를 태운 통학차량이 하루에도 몇 번씩 집결지 내 길을 통행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집은 교육환경보호법상 보호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성동 집결지를 ‘여인숙 거리’라고 지칭하는 주민들은 일상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고 학부모들은 행여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속이 탄다.

두 아이의 등굣길에 동행한 우모(45·여)씨는 “초등학교 6학년인 첫째 아들이 저기가 뭐하는 곳이냐 물어보는데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최대한 모른 척하면서 살고 있다”며 “신혼 때부터 이 동네에 살았는데 집결지를 제외하고는 살기가 너무 좋은데, 창원시장들은 매번 없애겠다는 공약만 하고 실제 없애지 못하니 실망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고운·김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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