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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도내 농가 ‘근심’

백신 없어 이동 자제·방역 총력

이동중지명령 장기화될까 우려

기사입력 : 2019-09-17 22:06:31

경기도 파주의 한 농가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이 확진됨에 따라 전국 양돈의10%를 차지하는 도내 양돈농가는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하며 방역과 외부인 출입 차단 등 긴급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도내까지 확산이 되지 않더라도 이동중지명령에 따라 돼지 사육과 출하 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농가의 피해가 예상된다.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농장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방역당국이 농장 주변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경양돈농협은 국내 첫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진이 알려진 17일 오전 8시 50분께 긴급방역대책회의를 가지고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방역을 철저히 하고, 축사 관련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부경양돈농협 이재식 조합장은 “구제역은 백신이라도 있지만 이 바이러스는 한 번 걸렸다 하면 돼지가 죽고, 매몰을 해도 균이 죽지 않아 돼지를 고열에 집어넣어 기름을 짜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며, 확진된 양돈농가가 몇 년 뒤 다시 키우기도 어려워 농장의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많은 양돈 농가들이 도내로 확산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잠복기간도 최장 20일이라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로 다른 농장 확산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처음 겪는 바이러스에 불안해하며 최대한 동선을 줄이고 방역을 한층 강화해 더 이상의 확산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특히 도내 600여 양돈농가 중 105농가가 있는 김해, 그중에서도 55농가가 몰려 있는 한림지역은 방역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한림양돈인모임 이지원(50) 대표는 “한림의 경우 55농가 모두가 반경 3km 내에 거의 들어오기에 방역에 훨씬 예민하다”며 “이번 돼지열병의 경우 접촉감염이 주 원인이라 농장주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모임을 차단하고, 방역횟수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현대식 농장설비를 갖추고 있어 감염매개 중 하나인 멧돼지를 차단할 수 있고 방역에 철저한 농장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해 한림면 현대식 농장에서 돼지 4500두를 사육하는 방원식(63)씨는 “확진판정을 받은 파주 농장도 설비가 우수하고 방역도 잘 되어 있는 농장이라고 들었고, 감염경로가 아직 미지수여서 불안하다”며 “우리 농장도 현대식 설비로 축사에 누군가가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 전염병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방역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내에 바이러스가 당도하지 않더라도, 양돈 농가입장에서는 발병으로 인한 48시간의 이동중지명령도 예상치 못한 재난과 마찬가지다.

방 대표는 “새끼가 계속 자라고 있기에 다 큰 돼지들은 출하해서 나가야 하는데 출하가 막혀 축사를 비우지 못하면 밀도 높은 축사 내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아 고기 품질에서 좋은 등급을 받기가 어렵게 돼, 판매 가격 차이도 많이 나게 된다. 이후 이동정지가 풀려 한꺼번에 돼지들이 홍수출하되면 가격폭락으로 제 가격을 못 받을 수도 있다”며 “이번 48시간까지는 무리가 없겠지만 이후 바이러스 확산으로 이동중지가 장기화되면 양돈 농가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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