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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0) 제24화 마법의 돌 170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까?”

기사입력 : 2019-09-18 07:59:50

인민군에게 끌려가면 처형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네. 저를 따라오세요.”

이재영은 말자를 따라 신당동의 야산으로 올라갔다. 동굴은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잡목과 넝쿨이 우거져 있어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말자가 구걸을 하면서 지냈던 곳이라고 했다. 겨우 4, 5명이 들어가면 딱 맞을 정도로 작았다. 말자가 구걸을 하면서 지냈던 곳이라 짚으로 엮은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아저씨, 여기 어때요?”

말자가 생글거리고 물었다.

“찾아오는 사람은 없을까?”

“없어요. 내가 여기서 2년을 살았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이재영은 동굴에서 지내게 되었다. 말자가 하루에 한 번씩 음식을 갖다 주기로 했다. 말자가 동굴에서 내려가자 이재영은 주저앉아서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다. 전쟁이 일어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서울이 인민군에 점령되었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허정숙은 어떻게 되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허정숙이 잡혀 갔으니 그도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은 인민군에 완전히 점령된 것 같았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국군은 전쟁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백두산까지 쳐들어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었다. 사람들은 모두 국군 장교들의 말을 믿었다.

‘아이들은 잘 피란을 갔나?’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동굴에서도 총성과 포성이 들렸다. 한강쪽에서 들리는 포성이었다. 말자가 집에서 음식과 이부자리를 챙겨서 왔다. 그녀는 그런 것들을 머리에 이고 왔다. 산을 올라오느라고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시내는 좀 어떠냐?”

“거리가 완전히 인민군 천지예요. 사람들을 막 잡아가요.”

말자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자는 어딘지 모르게 들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을 잡아가?”

“경찰관들… 높은 자리에 있던 공무원들… 부자들… 옆집 판사님도 잡혀 갔어요.”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먼저 피란 가지 않았나?”

“집을 나간 대학생 딸을 기다리다가 피란을 못 갔대요.”

이재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불안한 가운데 동굴에서 하루를 보냈다. 말자는 할 말이 있는 듯 쭈뼜거리다가 산을 내려갔다. 이재영은 머릿속이 어수선하여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몇 번이나 잠에서 깨고 다시 잠이 들었다. 전쟁이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고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도 알 수 없었다. 백화점도 완전히 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정을 지키고 있는 미월과 연심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들도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다.

“아저씨, 우리 집에 인민군 높은 사람이 들어왔어요.”

이튿날 말자가 다시 동굴에 올라와서 말했다.

“누군데?”

이재영은 말자가 가지고 온 음식을 먹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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