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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서성동을 바꾸자] (4) 착취당하는 여성들 배불리는 업주

“월 수백만원 벌어도 빚만 쌓여”… 험난한 탈성매매

종사자 대부분 빚 안고 집결지 유입

기사입력 : 2019-09-18 20:51:11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가 꾸준히 불법 영업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은 업계 관계자들이 여성들을 착취해 손쉽게 이익을 얻는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고액의 빚을 안고 집결지로 유입된 여성들에게 성매매에 필요한 각종 비용을 떠안기면서 빚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도록 만들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밤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승용차가 다가오자 한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11일 밤 창원시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승용차가 다가오자 한 성매매 여성과 업주가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집결지에서 일했던 A씨는 10대 후반에 성매매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부모의 학대를 피해 가출을 한 뒤 먹고 잘 수 있는 곳을 찾아 노래방에 취직했다. 업주는 처음에 단순 심부름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숙박비와 생활비가 고스란히 빚이 됐고 결국 성매매로 갚아야만 했다.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던 A씨는 비상식적인 고이율의 이자를 갚아내기 위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보도방과 노래주점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는 업주들의 요구에 카드깡이나 대출을 통해 빚을 더 많이 지게 됐다. 결국 A씨는 수천만원의 사채를 안고 집결지로 들어오게 됐다.

한 달 평균 수십명의 남성을 상대했고, 500~7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냈다. 수익은 업주와 절반씩 나눴고, 방값과 식비 세탁비 미용비 등 집결지에서 일하기 위한 필요 비용이 높았다.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는 날에는 ‘뻑비’ 명목으로 하루 수십만원을 업주에게 지불했다.

결국 손에 남는 금액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이상하게도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더 늘었다. 성매매 현장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동안 수차례 빚을 지는 과정에서 연대보증을 선 지인들을 괴롭힌다는 소식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의 사연은 집결지에서 탈성매매에 성공한 여성들의 사연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여성단체 등에 따르면 서성동을 비롯한 대부분 성매매 집결지의 경우 여성 종사자 절반 이상이 10대에 성매매 산업에 발을 들였으며, 초기에 진 빚과 높은 이자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도방과 티켓다방, 룸살롱과 노래주점을 거쳐 마지막으로 집결지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들은 대부분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보호받을 가족도 없이 장기간 성착취를 당하면서 탈성매매를 시도할 의지를 가지기 어려운 심리 상태에 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여성들을 이용해 업주 등 관계자들은 손쉽게 수익을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 이들은 수십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업주는 성매매 여성의 수익 중 40~50% 를 받아 간다. 업소마다 통상 2~6명의 여성이 근무하고 있고, 이들이 벌어 들인 하루 수백만원의 수익금 중 절반은 업주가 가져가는 것이다.

업주들이 번 돈의 일부는 건물주에게 돌아간다. 집결지 내 건물들의 정확한 임대 거래 금액은 조사되지 않았지만, 33㎡ 규모에 월 10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집결지 내 1300㎡(400평대) 규모의 건물이 평당 400만원이 넘는 금액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성동 일대 타 건물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의 가격이다.

또 20여 개의 업소마다 상주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속칭 ‘이모’들과, 성구매자들의 카드를 받아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을 뽑아주는 ‘심부름꾼’, 성구매자들을 실어주는 택시업자들도 수고비를 받는다. 이 밖에 출장 미용실, 성매매 집결지 내 위치한 식당과 각종 가게들도 집결지의 불법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성동 집결지 업소 관계자는 “여성들 모두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있으며, 업주들도 최근 손님들이 줄고 관리 비용부담과 여성들의 자유로운 결근으로 예전처럼 많은 돈을 벌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주들이 여전히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성매매 종사 여성들을 피해자로 보고 접근하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회문제의 피해자들이며, 이들이 탈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선불금을 포함한 빚이나 생계비 문제”라며 “집결지 폐쇄를 위해서는 불법 성매매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물주나 업주에 대한 단속과 범죄수익금 몰수 추징 등의 처벌이 이뤄져야 하며, 이와 동시에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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