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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최종실 산청 기산국악제전위원장

“국악은 운명, 후학 양성은 사명… 신명나게 펼쳐 볼랍니다”

기사입력 : 2019-09-19 20:50:40

그에게 국악은 운명이었다. 상모만 쥐여주면 울던 울음도 뚝 그치던 네 살배기 어린애는 이듬해 부친이 운영했던 삼천포 농악단에 입문했다.

열두 살이 되던 해인 1965년에는 ‘진주삼천포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1호)’의 시연 공연에 참가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최종실 명인)는 또 한 번의 운명 같은 인연을 맺게 된다.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현대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을 만난 것이다.

박헌봉 선생의 눈에 든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산 선생이 설립한 당시 서울국악예술중고등학교(현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에 입학,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을 걷게 된다.

최종실 산청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이 남사예담촌 내 도립국악원 설립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종실 산청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이 남사예담촌 내 도립국악원 설립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60년이 넘는 세월을 국악에 매진해온 그가 올 초부터는 지리산 천왕봉과 한방약초의 고장 산청군에 아예 둥지를 틀었다.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이 태어난 단성면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선생을 기리며 국악의 새로운 부흥을 꾀하는 상설 국악공연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원조 한류 ‘사물놀이’ 신화 일궈낸 최종실 명인= 최종실 명인은 1978년 김덕수, 이광수, 고 김용배 명인과 함께 국내 최초로 ‘사물놀이 연주단’을 창단했다.

당시 사물놀이가 불러일으킨 풍물놀이의 바람은 ‘신화’로 불린다. 최 명인은 사물놀이 연주단과 함께 1978년부터 1990년까지 불과 12년 남짓한 시간 동안 전 세계 80개국을 돌며 국내외에서 400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사물놀이가 원조 한류로 불리는 이유다.

이후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교수를 지내며 타악연희과를 창설하기도 한 최종실 명인은 타악뿐 아니라 상모놀이와 소고춤의 달인이다. 특히 그가 공연 때마다 선보이는 자반뒤집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묘기다.

그는 지난 5월 기산국악당 토요 상설 국악공연 개막에 앞서 전야제 형식으로 열린 기산 박헌봉 추모 특별 음악회에서도 직접 소고춤과 자반뒤집기를 선보이며 행사에 흥을 더했다.

그의 소고춤과 자반뒤집기는 진주삼천포농악의 핵심 놀음 중 하나다.

소고춤을 추는 최종실 위원장.
소고춤을 추는 최종실 위원장.

진주삼천포농악은 기산 박헌봉 선생이 앞장서 힘쓴 덕분에 1966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소고춤의 달인으로 이름났던 최 명인의 아버지 고 최재명씨를 비롯해 지역의 많은 국악인들이 진주삼천포농악의 명맥을 이어온 덕분이라고 볼 수 있겠다.

◇13년째 스승 기리는 기산국악제전위원장 맡아= 현재 학교법인 국악학원 이사장, 재단법인 국립극장 진흥재단 이사직을 맡고 있는 최종실 명인은 첫 기산국악제전이 열린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산국악제전은 대한국악원 창설, 국악예술학교 설립 등 현대 국악의 전승과 발전에 큰 공헌을 세운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산청군 단성면 출생, 1906~1976) 선생을 기리는 국악제다.

올해 제13회 기산국악제전은 20~21일 이틀간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열린다.

박헌봉 국악상 시상식과 기산 선생의 뒤를 잇는 국악인들이 선보이는 국악한마당 공연, 젊은 국악인을 양성·발굴하기 위한 국악경연대회가 개최된다.

최 명인은 지난 5월부터는 기산국악당의 활성화와 함께 토요 상설국악공연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기산국악당에서 상주하고 있다.

기산국악당 상설 국악공연은 매주 토요일 젊은 국악인들의 세련되고 열정 넘치는 현대적인 국악공연은 물론 농악과 민요, 춤 등 흥겨운 전통 민속악 공연까지 다채로운 무대로 꾸려지고 있다.

최종실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이 산청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공연하고 있다.
최종실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이 산청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공연하고 있다.

‘해설이 있는 기산이야기·치유악 힐링콘서트’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연은 매회 300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승 뜻 이어받아 후학 양성 매진할 것= 최 명인은 자신을 발굴하고 가르쳐 지금에 이르게 해준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의 뜻을 이어받아 후학 양성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 명인은 “전 세계를 돌며 사물놀이 공연을 하던 시절 영국에서 열린 공연에 참여했을 때였다. 우리 공연을 관람한 한국 유학생들이 ‘매번 외국인 친구들이 대한민국에는 어떤 음악이 있느냐고 물어 볼 때마다 설명해 줄 만한 음악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처럼 좋은 공연을 소개해 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 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다”며 “1980년대 당시에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음악이 서양음악이 대부분이었기에 학생들이 농악이나 풍물, 민속악 등 국악에 대해 접할 기회가 사실상 없어 그때부터 어린 시절 나를 알아보고 이끌어 주셨던 기산 선생님처럼 후학을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악을 살리고 그 뜻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국악을 접하고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명인은 산청군의 지원을 받아 기산국악당에 지역 청소년들과 산청을 찾는 관광객들이 국악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남도립국악원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를 산청군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 명인은 “산청군이 굳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남사예담촌에 도립국악원을 설립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경남도의회에서도 이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도립국악원의 최적지는 산청”이라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는 기산 선생님께서 설립한 국립전통예술중고등학교가 60주년을 맞는 해다. 이처럼 뜻깊은 해에 기산국악당에서 스승님의 고향 산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돼 행복하다. 앞으로 산청이 경남 국악은 물론 대한민국 국악의 성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글·사진=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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