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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뺑소니범 해외도피…경찰 수사 구멍

사고 발생 3분만에 신고 접수했지만

인력·헬기 동원에도 실시간 추적 실패

기사입력 : 2019-09-19 20:50:49

속보= 지난 16일 창원 진해에서 초등학생을 차로 치어 중태에 빠뜨린 카자흐스탄 국적의 뺑소니범이 경찰의 용의자 특정 전에 이미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에 여러 한계점이 지적된다.(18일 5면 ▲진해 8세 남아 중태 빠트린 뺑소니 운전자 어디 숨었나? )

진해경찰서는 뺑소니 사고를 낸 A(20)씨가 사고 다음날인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A씨를 피의자로 전환해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한편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 발령과 법무부를 통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예정이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살펴보고 있는 뺑소니범(원 안)./경남지방경찰청/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살펴보고 있는 뺑소니범(원 안)./경남지방경찰청/

◇사고 발생= 사고는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께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한 카센터 앞 편도 2차로에서 발생했다. A씨는 로체 승용차로 몰고 가다 B(8)군을 치고 구호조치 없이 곧장 달아났다. 당시 사고가 일어난 시각은 대낮인 데다 주변에 행인도 많아 사고를 목격한 이들도 있었다.

사고 발생 3분 만에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신고대응 중 가장 위급 단계로 분류되는 ‘코드 제로(code 0)’를 발령하고 교통·형사계 등 수사 인력을 총투입하고 경찰헬기도 동원해 대응을 했지만 실시간으로 도주로를 추적하는 데는 실패했다.

◇수사 경과=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3시 40분께 목격자와 신고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유사 차량번호들을 조회해 사고를 낸 차량이 대포차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 CCTV 분석을 통해 오후 6시 13분께 차량이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방향으로 도주한 것을 확인하고 오후 6시 32분께 사고가 난 곳에서 약 2.1km 떨어진 부산 강서구 녹산대교 아래 주차장에 버려진 차량을 발견했다.

이 공단 주변 CCTV상 A씨는 사고를 낸 뒤 곧장 이곳으로 와서 차를 버리고 도망을 간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후 동선은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이 A씨 신원을 특정하는 데 단서가 된 것은 사고 이전 동선을 역추적하던 중 사고 직전 인근 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며 체크카드를 이용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다.

경찰은 17일 오후 7시 21분께 카드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해 그날 오후 11시 50분께 발부받았다. 경찰은 금융거래내역에 근거해 A씨의 신원과 주거지를 알아냈고, 사고 당시 CCTV와 주거지 인근 CCTV 등을 대조해 동일인물임을 밝혀 신원을 특정했다. 경찰이 A씨의 신원을 특정한 시점이 사고 발생 이틀 뒤인 18일 오후 2시 30분께로, 그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이후였다.

경찰이 출입국 여부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사고 다음날인 17일 오전 10시 25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비교적 이른 신고 접수에도 초기 현장 검거에 실패했고, 이후 신원을 특정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며 출국금지 명령도 늦어져 결국 놓친 것이다. A씨는 대포차를 이용한 것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14일 ‘30일 단기체류 관광비자(B-1)’로 입국해 현재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밝혀졌지만, 현행법상 출국에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수사 전망=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외국으로 도주한 범죄인을 현지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인도하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을 한 이유는 자신의 국적과 접경지역에 있고 가장 빠른 비행기 편을 이용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며 “피의자의 국내 행적을 살피고 조력자가 있었는지 여부 등도 함께 수사할 예정이다.

송환 절차를 밟는 데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경찰은 법무부에 사건을 보고했고, 이날 조국 법무부 장관은 피의자의 신속한 송환을 지시했다. 법무부는 카자흐스탄 정부에 범죄인인도 조약상의 긴급인도구속을 청구할 예정이라 밝혔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이후 피해 아동 부모는 아들이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뺑소니범을 꼭 잡게 해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고 현재 5만명 넘게 동참했다. 피해 아동의 아버지는 페이스북에 “아들의 의식회복이나 장애의 유무는 아직 모르지만 생명의 고비는 넘겼다고 한다. 법무부 장관께서 범인의 송환지시명령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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