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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김기태 창원꽃벵이농장&식품 대표

“곤충산업, 환경오염 적고 고부가가치 창출”

13년 제조업 회사생활 지쳐 귀농 결심

자체 포장지 개발해 판매 부진 극복

기사입력 : 2019-09-23 20:58:25

영원히 생소할 것만 같던 곤충산업은 어느덧 삶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식용·약용은 물론 사료, 퇴비, 음식물처리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는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곤충을 사육·가공하는 농가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곤충업 신고 농가·법인은 2318개소로 2013년(384개소)에 비해 6배 이상 늘었다. 2017년 창원 진북면에 자리잡은 창원꽃벵이농장&식품은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만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이를 가공해 분말, 액기스 등을 만들어 파는 기업이다. 김기태(40) 대표를 만나 곤충산업을 시작한 이유와 애로사항 및 극복방안 등을 들어봤다.

김기태 창원꽃벵이농장&식품 대표가 사육 중인 꽃벵이를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김기태 창원꽃벵이농장&식품 대표가 사육 중인 꽃벵이를 보여주고 있다./성승건 기자/

-곤충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있다면.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13년을 일했다. 다니다 보니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크게 벗어나지 않고 반복된다고 생각해 귀농을 결심했다. 주위 어른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벼 등 일반 작물은 부지나 시설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다들 만류했다.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어떤 농사를 지을지 3년가량 공부하던 차에 친구가 곤충산업을 추천했고, 살펴보니 부지에 비해 고부가가치산업인데다 다른 가축과 달리 환경오염이 적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곤충산업이 생소했을 것 같다. 어떻게 기술을 배웠나.

△당시 사육기술이라든지 표준화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선행 농가에 배우러 다녔지만 기술 전수를 빌미로 거액을 요구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2016년 8월 산림과 곤충에 대해 가르치는 부산 녹색환경기술학원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국비 80% 지원을 받아 3개월간 140시간 교육을 받았고 그곳에서 스승으로 만난 이상철 박사와의 논의 끝에 지금의 꽃벵이를 선택했다. 농장을 열고도 10개월 정도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특히 꽃벵이(흰점박이꽃무지 유충)를 택한 계기가 있나.

△약용적 측면을 많이 봤다. 굼벵이는 약리적인 효과가 많아서 동의보감에도 약용으로 썼다는 기록도 있다. 그 중에서도 꽃벵이는 복용이 가능했다고 적혀있다. 다른 종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농장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식품 가공 전 5일간의 절식(음식을 먹이지 않음) 과정을 거친다. 굼벵이 안 음식물 찌꺼기를 빼내기 위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2~3일 정도만 한다. 굶길수록 중량이 줄어 농가 입장에선 손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실히 맛이 다르다. 굼벵이가 먹는 게 발효 톱밥인데 나쁘게 말하면 썩은 톱밥이다. 이걸 제거하면 맛이 고소해질 수밖에 없다. 절식 방법도 농가의 노하우다. 처음엔 3~4일 동안 해봤지만 냄새가 여전했고 5일째 절식했을 때 거의 제거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애로사항도 있었을 것 같다.

△액기스나 분말 등 식품을 만들었지만 판매가 쉽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파우치 등 포장용기 문제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굼벵이가 어느 정도 값이 나가는 것임에도 기존 건강즙 파우치 등 기성 용기에 담기니 신뢰성은 물론 가치가 떨어진다 싶었고 여유가 되면 제일 먼저 나만의 브랜드로 포장용기를 갖춰야 된다고 생각했다. 마침 도 농업기술원이 귀농창업 활성화 심화교육 수료생 중 사업계획서 심사를 통해 창업 실행비 1000만원을 보조해주는 사업에 선발돼 ‘지잠애’라는 자체 브랜드 포장지를 만들었다.

-체험교실도 운영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굼벵이는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많이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 마련한 게 체험교실이다. 지난 5월부터 아이들 대상으로 굼벵이 애니메이션 상영은 물론 굼벵이 비누 만들기, 굼벵이 사육키트 등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농장의 향후 운영방향이 궁금하다.

△먼저 사육시설 현대화가 목표다. 현재도 위생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지만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에 준하는 시설을 짓고 싶다. 수요가 증가한다면 제품군도 환, 스틱형 농축액, 뻥튀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체험시설 확대도 생각하고 있다.

-곤충산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보통 곤충산업을 시작하기 위해 경기 등 윗지방으로 배우러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리가 있다 보니 종자 분양 후 컨설팅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경남이 전국에서 3번째로 곤충산업 규모가 큰 만큼 굳이 타 지방을 고집하기보다는 1시간 거리로 오갈 수 있는 농장에서 배우기를 조언하고 싶다. 또 일확천금이 아니라 농업을 생각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현실적으로 돈만 보고 하기엔 시간 등 투자가 만만치 않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김기태 대표 : △1979년 마산 출생 △2004년 마산대학 졸업 △2017년 9월 창원꽃벵이농장 설립 △2018년 6월 창원꽃벵이식품 설립 △2018년 11월 ‘지잠애’ 상표출원 △2019년 6월 곤충식품페스티벌 및 심포지엄 전시회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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