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창원 서성동을 바꾸자] (7·끝) 어떻게 바꿀 것인가

“단속·행정·지원 3박자로 지속 가능한 변화 이끌어야”

기사입력 : 2019-09-26 21:14:29

도내 유일한 성매매집결지인 서성동 집결지를 폐쇄·정비하기 위해서는 경찰과 지자체의 강력한 단속·처벌, 해당 지역을 어떻게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시킬 것인지 하는 지자체의 고민과 사업 의지, 그리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고 자활할 수 있도록 법률·의료·생계·일자리 지원 대책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불법 성매매가 재발하거나 변종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관련법을 정비해 처벌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연구, 교육, 홍보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피해 여성에 대한 통합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일대 모습./김승권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일대 모습./김승권 기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정비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던 지방의원과 여성인권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 지역주민, 전문가 등과 함께 서성동 성매매집결지에 맞는 바람직한 폐쇄·정비 방향을 고민해본다.


“밀어붙이기식 개발 아닌 종사 여성 인권 우선 정책 필요”

◇김신정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장= 창원 서성동 집결지 옆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고 있는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의 김신정 센터장은 여성의 인권에 초점을 맞춘 서성동 집결지 폐쇄 정책을 촉구했다.

김 센터장은 “최근 밀어붙이기식 개발을 한 제주도 산지천의 경우 여성들에 대한 탈성매매 관리와 생계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선불금 등 부채를 정리하지 못한 여성들이 숙박업소나 가정집에서 성매매를 계속하고 있는 사례가 있었다”며 “개발도 중요하지만 종사 여성들의 인권을 우선시해야 하며, 이들의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고 자활을 통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장기간 지원하는 시스템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정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장
김신정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장

또 “이러한 집결지 재정비 사업을 속도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창원시장 직속 전담팀이 구성돼야 한다”며 “단기적인 팀이 아니라 시청 조직도상에 나타나는 공식적인 팀이 꾸려져야 예산 문제 등 사업 추진에 동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민주화의 고장 마산에서 여성들이 빈곤을 이유로 성을 상품화하고 몸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100년이 넘은 서성동 집결지를 부끄러워하고 덮어버릴 것만 아니라 주민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반성하고 공동체로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산 없다는 말 말고 가능한 것부터 추진해야”

◇이경식 지역주민 대표= 서성동집결지 재정비대책위원회 출범 때부터 참여해 지금까지 지역민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온 이경식(63)씨는 그동안 정비사업이 사업성 논리에 밀려 무산되고 지역의 오점으로 방치돼 있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고 서성동집결지 일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관심을 꼽았다. 또 거액이 들어가는 대규모 개발사업보다는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씩 추진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식 지역주민 대표
이경식 지역주민 대표

이씨는 “시는 예산이 없다,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핑계를 대지만 3·15기념탑과 연계한 민주공원, 임항선 그린웨이와 연계한 소공원 같은 시의 예산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많은 돈이 투입된 창동·오동동에서 불과 2㎞ 남짓 떨어진 곳이 서성동이다”며 “창동·오동동에 투입된 예산과 지원의 10%만 있어도 서성동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지자체와 경찰, 관련단체, 소방 등이 참여해 정기·상시적인 단속과 종사 여성에 대한 재활·자활지원이 동반될 때 성과가 날 거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주민들은 너무 오랜시간 관심도 변화도 없어 이제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법을 집행해야 할 경찰과 지자체가 명백한 불법을 왜 합법인 것처럼 놔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악명 높았던 타 지역의 집장촌들이 하나둘씩 없어지는데 왜 우리지역에서는 못 없애는지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유관기관 협력체제 구축 시너지 효과 내야”

◇김경영 경남도의원= 김경영 의원은 경찰, 경남도, 창원시, 관련 단체가 각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도가 광역지자체로서 기초지자체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사업 추진과 예산 확보 등을 총괄 감독하고,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영 경남도의원
김경영 경남도의원

조례와 예산을 마련해 피해여성 자활센터 같은 직접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히 그동안 정비사업이 불발된 이유가 사업비 부담과 예산 확보 어려움인 만큼 시가 사업계획을 세우면 경남도는 정부 공모사업과 연계방안을 검토해 국비 확보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의원은 “정비사업을 하는 주체는 창원시이지만 경남도는 다양한 국비사업이나 국정과제 등과 연계해 사업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도시재생사업, 생활SOC 사업, 지능형 CCTV 설치사업, 각종 문화예술지원사업 등 의지만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고 말했다.

또한 서성동 지역을 지역민의 안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지자체와 경찰, 교육청, 시민단체가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시장과 교육감, 경남경찰청장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은 도지사뿐이다”며 “경남도 치안협의회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범죄행위를 근절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추진하는 여성·아동친화도시 지정이나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해서는 불법이 자행되는 서성동 집결지 폐쇄부터 이뤄야 하지 않겠냐”며 “근본적으로 경찰이 업소와 건물주 등에 대해 성매매가 범죄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행정 대집행을 해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성단체가 목소리 내 시민 인식 변화 이끌어야”

◇박선애 창원시의원= 박선애 시의원은 지난 6월 5분자유발언에서 피력한대로 집결지 일대를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한 공공공원으로 개발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는 허성무 창원시장의 결단과 강력한 폐쇄·정비사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박 의원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어려운 마산지역경제 사정과 주택포화 상태를 감안할 때 상업적 거리로 민간개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마산을 대표하는 3·15기념탑이 집결지 출입구와 근접해 있고 무학초등학교 담벼락에 3·15민주항쟁 당시 총탄 흔적이 남아 있는 등 역사적 상징물이 있으니 창원시가 추진 중인 ‘3·15기념관, 민주주의전당’ 등과 연계해 일대를 민주공원으로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선애 창원시의원
박선애 창원시의원

박선애 의원은 행정의 강력한 단속과 사업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예산의 범위 내에서 연차적인 사업을 끊임 없이 추진하는 것, 무엇보다 여성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정책, 지자체의 행정 의지, 경찰의 단속 강화와 함께 여성단체가 더 목소리를 내고 시민들의 인식변화가 똘똘 뭉쳐질 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 도시 창원시가 전국의 폐쇄된 성매매집결지에서 업주들이 이사오는 곳이 되어서야 되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진정한 도시재생 위해서는 공동체 회복부터”

◇정규식 경남대 대학원 도시재생학과 교수= 도시재생 전문가인 정규식 교수는 진정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급격한 변화보다 지역에 대한 이해와 지역 내 시민, 단체, 활동가, 공무원, 전문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공감대와 신뢰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창원시가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의 ‘여성친화도시’에 지정됐다 재지정되지 못한 이유를 짚어보고 여성친화도시에 다시 지정되기 위한 노력을 먼저 기울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규식 경남대 대학원 도시재생학과 교수
정규식 경남대 대학원 도시재생학과 교수

정 교수는 “버려진 공간을 새롭게 되살리는 프로젝트는 그릇을 먼저 만들어 놓고 억지로 무엇인가를 넣으려고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동체 회복으로 사회적 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행복한 지역 만들기’다”고 말했다.

조고운·김희진 기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김희진 기자의 다른 기사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