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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이승석(범숙학교장)

기사입력 : 2019-10-06 20:16:31

현재 우리 사회는 인터넷 등 미디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 세계에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면서 일종의 가상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개인, 기업, 국가의 성패가 좌우될 만큼 정보의 패러다임 속에 있는 것이다. 정보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정보나 첨단기술 그자체가 아니라 인간, 즉 사람이다.

전자상거래가 모든 경제활동을 대처하거나 보완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이다. 인간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하는 인성교육은 정치적 지도자, 기업 경영자, 평범한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며 그러한 인성과 덕성의 함양은 일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랑과 존중, 평등한 인간관계의 배움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요구된다. 가정은 평생교육의 장인 것이다. 가정은 ‘내가 나’ 일 수 있는 장소이고 사람을 사람답게 육성하는 곳이며, 가족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 집단인 것이다.

현재 우리의 가족제도는 1960년대 산업화가 시작된 후 평균가구수 감소, 자녀출산 저하, 이혼율 증가, 65세 이상 노인인구 증가 등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족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야기하여 가족 해체, 가족의 위기라는 극단적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변화일 뿐 가족 자체의 소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가피한 가족 해체가 있다 하더라도 새롭게 가족이 재구성되고 기존의 가족 역할 수행상의 변화와 전이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애정과 결속을 도모하는 관계적 기능은 여전히 중요시 되며, 구심적 역할을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일에 많은 가치를 두었다면, 요즘은 내면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가치의 근원을 찾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제도가 계속 유지되고 발전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인 개별화와 반개별화(사회성)를 가족만이 잘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해체되는 이유는 가족 속에서 개인의 존중, 자아발달, 자아성취의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은 사람이 성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과 정서가 제공되며 안식과 휴식을 얻는 장소여야 함이 분명하다. 가족 안에서도 누가 누구에 의해 희생되거나 억압되어서는 안 되며, 사랑과 평등, 인격이 선행되어야 한다. 가족을 운영해 나가는 기본원칙이 평등, 사랑, 존중, 대화로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 가족은 핵가족 외에 다양한 가족형태가 존재하게 되며, 혈연 중심이 아니라도 정서적 친밀감과 상호책임이 중시되어 인격적 존중과 사랑 그 위에 끊임없는 자아 발전, 자아 성취를 기반으로 하는 가족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가족과 가정의 역할의 패러다임을 인지하고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가족형태와 가족의 삶의 방식을 수용해야 한다. 양성평등의 사회에서 성별분업 구조를 해체하여 가족 안에서부터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영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공동육아, 마을공동체 모임, 공동체 가족 등의 형태에서 볼 수 있다. 이는 혈연 중심적인 또는 고립된 핵가족의 한계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생적 가치를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펄벅은 ‘가정은 나의 대지이다. 나는 거기서 나의 정신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근원인 가정이 안정될 때 각자의 삶이, 그 삶이 모인 사회가 빛날 것이다. ‘나 하나의 가정’도 안녕함은 물론이고 각각의 가정들이, 또한 함께 돌보고 살펴야 할 가정들이 모두 ‘안녕하십니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승석(범숙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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