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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달러 패권- 이명용(문화체육부장)

기사입력 : 2019-10-06 20:16:38

미국의 달러가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인 기축통화가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이다. 그 이전에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그 역할을 해왔다.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이 국제금융의 중심지로서 가진 강력한 기반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1·2차대전을 겪으면서 영국의 경제가 피폐해진 반면, 미국은 전쟁 특수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역전된 것이다.

▼기축통화 요건으로는 통화가치의 신뢰성 등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미국은 달러의 기축통화를 통해 세계 슈퍼강대국으로 거듭나게 된다. 기축통화의 지위를 이용해 국방비나 복지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돈을 마음대로 찍어낸다. 또 달러 결제 국가들에 대해 무역적자 발생시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하면서 무역보복을 하거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통해 자국에게 유리한 이익을 취해 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로 천문학적인 달러를 풀자 이에 불만을 가진 나라들은 ‘탈(脫)달러화’ 정책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체 국제결제시스템을 개발해 미국 달러(USD)를 쓰지 않는 ‘블록 경제’를 만들었다. EU도 유로화의 국제시장에서 역할 증대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들도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거나 암호화폐 개발로 ‘달러 대체’에 나섰다. 세계금평의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은행들이 사간 금은 모두 651t으로 전년 대비 75% 증가했다.

▼프래서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올해 1분기 외환보유고 통화구성(COFER)을 보면 달러의 비중은 61.8%로 달러 패권이 여전히 건재하다고 밝혔다. 이는 유로화 20.2%, 엔화 5.3%, 파운드화 4.5%, 위안화 2% 등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미제스 경제연구소는 “달러가 지난 70년간 2008년 금융 위기, 미국의 보호무역, 잇따른 제3국 금융 제재 등으로 점점 신뢰를 잃고 있다”며 달러 패권이 장기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라나라도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명용(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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