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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82) 제24화 마법의 돌 182

“아버지”

기사입력 : 2019-10-07 08:26:41

이철규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 아들 이정식이 와 있었다.

“정식아.”

이재영은 입을 딱 벌렸다.

“아버지.”

이정식도 눈물이 글썽했다. 이재영은 이정식을 포옹했다. 이정식은 서울이 수복되자마자 서울로 와서 이재영을 찾고 싶었으나 교통편을 구하기 어려워 이제야 왔다고 했다. 이재영은 동굴에서 숨어 지낸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정식은 수원에서 며느리를 만나 부산까지 갔다고 했다. 수원에서 대구로 피란을 갈 때는 인민군 전투기가 피란 행렬을 향해 기총소사를 하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했다.

“피란민들에게 기총소사를 했다는 말이야?”

“우리가 안전할 줄 알고 후퇴하는 군인들을 따라 피란을 갔기 때문입니다.”

이정식 부부도 죽을 뻔했다. 옆에 있던 사람도 기총소사에 맞아 죽고 앞에 가던 사람도 죽었다고 했다. 기총소사를 마친 전투기가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피투성이가 되었다고 했다. 잠을 자다가 피란 보따리를 도둑맞아 사흘을 굶으면서 대구로 내려가다가 겨우 보리밥 한 그릇을 얻어서 둘이 나누어 먹었는데 그렇게 맛있는 밥은 처음이었다고도 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군인도 죽고 민간인들도 죽고….”

이정식은 피란을 가면서 수많은 시체를 보았다면서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동생들은 어때?”

“성식이는 대구에 있었는데 군대에 끌려갔습니다.”

“허!”

“성희도 무사합니다.”

이재영은 가족들이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연심이 돌아왔다. 그녀는 인민군 치하에서도 요정을 열었다고 했다. 북한의 높은 관리들이 요정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했다.

“서울이 수복되자 겁이 났어요. 부역한 사람들이 죄다 잡혀갔어요.”

“연심이는 괜찮을 거야.”

“인민군 장교들과 살림을 하던 기생들이 경찰서에 끌려갔어요.”

“내가 치안국장에게 얘기해 볼게.”

이재영은 치안국에 가서 이종일 치안국장을 만났다.

“아니 이 사장님이 아니십니까? 고생 많으셨지요?”

이종일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이재영을 맞아주었다. 그는 군복을 입고 권총까지 허리에 차고 있었다.

“동굴 속에 숨어서 지냈습니다. 바쁘지 않으면 저녁이나 하실까요?”

이재영은 이종일을 연심의 요정에 데리고 가서 술을 대접하고 기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종일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10월이 가고 11월이 되었다. 이철규의 제안에 따라 남대문에 쌀가게를 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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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수광그림:김문식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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