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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밧세바 신드롬- 이종훈(정치부장)

기사입력 : 2019-10-07 20:26:51

세계 어디서나 사회지도층의 도덕성 결핍으로 인한 자질문제 등으로 떠들썩한 사건이 벌어진다. 이는 자신이 모든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으로 현실감각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윤리적 기준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이들은 ‘나는 괜찮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지도층의 이 같은 도덕성 결핍을 ‘밧세바 신드롬(Bathsheba Syndrome)’이라고 한다. ‘밧세바 신드롬’은 고대 이스라엘 두 번째 왕인 다윗이 용맹스러운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를 취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그녀를 임신시킨 후 간통을 은폐하기 위해 우리아를 전쟁터로 보내 죽게 만든 스캔들을 일컫는데 성경 내용에서 나온 말이다. 다윗은 그 죄로 인해 평생 자책과 고통에 빠지고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과 전쟁하게 되는 등 역사적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밧세바 신드롬은 우리에게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던 지도층이 그 성공을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로 악용하면서 결국 자신을 파멸시키고 사회에 해를 끼친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처벌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SNS의 발달로 인해 빠져나갈 구멍도 없고 사회적 비난의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기성세대보다 도덕성을 훨씬 더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던 ‘386정치인’들의 도덕 불감증으로 대한민국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2011년 한국정치학회보에 실린 ‘노무현 정부 386정치인들의 도덕적 실패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는 ‘정치 리더십은 도덕성이란 기반 위에 존립하며 그것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다윗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성공했을 때, 잘나갈 때 더욱더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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