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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노연국 창원 에스에프앤티 대표

“30년 축적기술로 층간소음 방지 매트 만들었죠”

기사입력 : 2019-10-07 20:45:19

지난 1991년 첫선을 보인 대우자동차의 티코와 라보, 다마스는 ‘국민차’라는 명성을 얻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일반산업단지에 자리한 에스에프앤티는 대우국민차에 들어가는 시트프레임, 헤드레스트(머리받침) 등 부품을 생산하며 성장해왔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자동차 부품 산업에 전념했지만, 자동차 내수 시장이 축소되면서 물량도, 매출도 반으로 줄었다. 내리막을 달리는 자동차 산업에 회사의 운명을 내맡길 수는 없었다. 노연국(63) 대표는 30년간 자동차 시트를 생산하며 축적한 가장 자신있는 기술로 층간 소음 방지용 매트를 개발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노연국 에스에프앤티 대표가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매트를 선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노연국 에스에프앤티 대표가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매트를 선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현재 한국GM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에스에프앤티는 대우국민차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자동차 산업과 인연이 없던 노 대표는 1990년대 초 서울에서 대우자동차에 있던 지인을 소개받았다. 경제성장과 맞물려 트럭, 승합차 수요에 붐이 일던 때였다. 지인은 ‘바네트’란 트럭에 들어갈 시트 프레임을 만들어 볼 것을 제안했다. 노 대표는 친형과 손잡고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기 시작했다. 티코와 라보, 다마스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노 대표는 1993년 함안에 에스에프앤티의 모태인 신성산업을 세웠다. “티코가 2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팔렸으니 대우자동차는 국민차 이미지를 얻으면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이 3개 차종을 보고 사업을 시작했고, 내수 판매가 엄청나게 늘면서 회사도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차량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노 대표는 설비 투자를 대폭 늘렸다. 연 20만대 분량의 시트 프레임, 헤드레스트를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규모를 확장했고, 직원도 100명 가까이 늘렸다.

과감한 설비 투자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2000년 대우자동차가 법정 관리에 들어가며 사실상 부도를 맞았다. 대우차는 한국GM으로 매각됐고, 동시에 노 대표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죠. 특히 대우차가 몰락하면서 우리는 자금난에 시달렸습니다. 조그만 회사라 돈을 융통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10억원의 긴급 자금을 5년 거치 균분 상환 조건으로 받았고 그 이자를 갚으면서 어떻게든 버텨왔지요.”

에스에프앤티는 2013년 함안에서 지금의 진북산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 산업이 호황일 때는 제2공장을 지어 납품 물량을 늘릴 계획도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한국GM의 내수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수출 물량도 예전 같지 않다. 그의 말대로 딱 ‘반토막’이다. 물량이 줄면서 100명에 달했던 직원들도 절반 이상은 쓰린 마음으로 내보내야 했다.

자동차 판매량 감소라는 외부 요인은 노 대표에게 불가항력적이었다. 대량으로 설비 투자를 했지만, 물량은 그만큼 받쳐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매출을 회복해야 했다. 자동차 산업에 몸담았던 그에게 남은 것은 30년 가까이 축적된 시트 제작 기술이었다. 노 대표는 시트에 들어가는 원료를 바탕으로 층간 소음 매트 개발에 나섰다.

“7~8년 전만 해도 자동차 부품 산업은 호황이었지만, 지금은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다가 층간 소음 뉴스를 접했고, 매트를 개발하면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리라는 확신이 섰습니다. 또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이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헤드레스트에는 폴리올(TPU)과 이소를 혼합한, 스펀지와 유사한 완충재가 들어간다. 이 두 성분을 얼마나 혼합하냐에 따라 밀도의 높낮이가 결정된다. 노 대표는 1년여간의 자체 개발 끝에 친환경 인증과 각종 특허를 받은 모듈형 층간소음 방지 매트 ‘마루앤’을 출시했다. 30년간 정해진 제품을 납품만 해온 탓에 제품 마케팅은 다소 생소하지만, 수요층이 많이 몰리는 베이비페어와 온라인 등을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노 대표는 창업을 염두에 둔 사람들에게 “자신있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면 승산이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가 나쁘다고 모두 창업을 망설인다면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려운 상황은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죠. 지금 청년들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결단력, 추진력 부분에서 모든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제일 자신 있는 분야에서 철저하게 시장 조사를 하고 결과물이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초기 부담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노연국 대표 : △1956년 경북 울진 출생 △1993년 신성산업 설립 △2000년 ISO 9002 품질 경영 시스템 인증 획득 △2012년 1월 진북일반산업단지 신축공장 이전 및 에스에프앤티㈜ 상호 변경 △2014년 3월 헤드레스트용 스테이로드의 홈 가공장치 및 가공방법 특허 취득 △2019년 3월 친환경 층간소음 방지 매트 ‘마루앤’ 출시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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