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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합포문화동인회와 조민규- 조윤제(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10-09 20:32:09

(사)합포문화동인회(이하 동인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창원이라는 지역 중소도시에서 활동하면서 그동안 남긴 족적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동인회에서 운영하는 ‘합포문화강좌’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권유로 시작된 이후 지난달 26일 오후 BNK경남은행 본점에서 이태수 서울대 명예교수를 초청, 500회 인문학 강좌 달성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977년 3월 17일 노산 선생의 ‘충무공의 구국정신’ 주제의 제1회 강연이 열린 지 42년 6개월 만이다.

▼합포문화강좌는 첫 회부터 500회 강연까지 매달 이어져 왔다고 한다. 강좌를 개최하지 못한 날은 강사를 태운 비행기가 결항된 3번 정도가 전부이며, 1979년과 1980년 계엄령이 내려져 국가적으로 혼란을 겪을 당시에도 집회 허가를 받아 안기부 요원과 정보형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하게 강좌를 이어나갔다. 강좌를 열지 못하도록 한 것은 천재지변 몇 번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동인회가 지난 42년간 지역에서 시대정신을 우뚝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생각해본다. 기자는 법인을 만든 발기인들의 뜻도 위대하지만 동인회와 함께 해온 조민규 명예이사장의 노력과 정성, 희생이 자양분이 됐다는 데 적극 동의한다. 강사 섭외에서부터 영접·배웅까지, 행사 홍보에서부터 강좌 이후 지역사회 반응까지, 행사 장소 물색부터 배치·진행에 관한 모든 업무처리는 그의 손과 머리를 거쳐야만 했다. 매달, 그것도 500회 동안 ‘정치색’ 배제한 순수 인문학 강좌를 선보인다는 게 보통 일인가.

▼조민규 명예이사장은 그 바쁜 틈틈이 애솔배움터라는 야간학교를 만들어 배움에 목말랐던 공장 근로자, 학업중단 학생 등에게 학업의 길을 터 주기도 했다. 1986년 개교한 애솔배움터가 현재도 운영된다니 순수한 봉사정신에 존경심이 절로 든다. 그래서 ‘경남스틸’ 최충경 회장이 ‘합포 조민규 봉사상’을 제정하고, 수억원을 기부하면서 그의 삶을 칭송하는 모양이다. 합포문화동인회와 조민규 명예이사장을 비롯한 회원들의 초심이 지역사회의 큰 울림으로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조윤제(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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