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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87) 제24화 마법의 돌 187

“내가 차 한 대 사줘요?”

기사입력 : 2019-10-15 07:46:01

이재영은 이튿날 연심의 요정으로 갔다. 연심은 장사를 하느라고 바쁘게 보내고 있었다. 부산에 피란민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요정이 장사가 잘 되었다. 전쟁으로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돈을 물 쓰듯이 쓰는 부자들도 많았다. 미군이 뿌리는 돈으로 부산이 흥청댔다.

이철규도 부산에 내려와 있었다. 그는 미월과 연심의 요정을 관리했다. 서울도 오가면서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이철규가 진국이네.’

이재영은 이철규에게 감탄했다. 그에게 다른 사람의 세 배에 이르는 임금을 지급했다.

“여보오, 내가 차 한 대 사줘요?”

5월이 되어 부산에 내려가자 미월이 말했다.

“무슨 돈이 있어서 차를 사?”

이재영이 웃었다. 물론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를 사는 것보다 사업자금으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명색이 당신 첩인데 차 한 대 못 사줄까?”

“차를 사주면 내가 당신을 업어주지.”

“정말이요. 지프차 어때요?”

“지프차가 어디 있어?”

“미군이 버린 차가 있어요. 후퇴할 때 고장이 났다고 버렸는데 우리나라 기술자들이 싹 고쳤대요.”

미월은 전부터 차를 사고 싶어 했다.

“미군이 차까지 버리고 후퇴를 해?”

“움직이지 않으니까 버린 거죠. 차만 버린 줄 알아요? 탱크도 버리고 군복도 버리고… 군복을 버리는데 그냥 버릴 수 없어서 태우려고 불을 질렀다고 그래요. 그런데 미처 불에 타지 않은 방한복 수백 벌을 주운 사람이 떼부자가 되었대요.”

미군은 퇴각할 때 많은 것을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도 했다.

“고물차가 달리기나 하겠어?”

“아주 잘 달린대요. 구경하러 갈래요?”

이재영은 미월을 따라 지프차가 있다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자동차정비소인데 제법 깨끗한 지프차가 한 대 있었다. 주인은 30대 후반의 사내였다. 강원도 출신의 정태영이라고 했다. 그는 훗날 이재영과 함께 한국 최고의 재벌이 되는 사람이었다. 정태영과 이야기를 하고 운전을 해보았다. 엔진이 뜻밖에 부드러웠다.

“아니 이런 차를 어떻게 버렸지?”

“미군이 후퇴를 하면서 고장이 나니까 버린 겁니다. 큰 고장도 아닌데…. 원래는 내가 타고 다니려고 했는데 돈이 필요해서 팔게 되었습니다.”

이재영은 미월에게 지프차를 사게 했다. 차를 운전하게 되자 훨씬 편했다.

“선착장에 가요.”

미월이 옆에 앉아서 말했다.

“선착장에서 회를 먹고… 나 업어준다고 그랬잖아요?”

미월이 환하게 웃으면서 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