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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즈음에- 조고운(사회부 기자)

기사입력 : 2019-10-17 20:12:16

“마흔 살이 다가오고 있어요.” 요즘 매일 페이스북이 내게 알려주는 메시지다.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는 피드 사이사이 마흔과 관련된 광고 콘텐츠들이 쏟아진다. 마흔을 건강하게 맞이하는 방법이라든지 제2의 사춘기인 마흔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낚시성 문구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접속 버튼을 누른다. 요즘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잦아진 건 페이스북의 과도한 친절 때문일까, 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불혹(不惑)은 부담이고, 중년(中年)은 서글프다. 그렇다고 또 청춘이나 젊음을 논하기엔 낯 간지럽고 민망하다. 이 애매모호하고 불안한 마흔들을 위한 서적들을 훑어보기도 한다. ‘맙소사 마흔’, ‘마흔 공부법’, ‘마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라는 책 제목만 봐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사실 누구나에게 통용되는 마흔을 잘 맞이하는 방법 따위는 없다. 생각해 보면 스물이나 서른이 될 때도 매번 불안하고 힘겨웠다. 모두에겐 각자의 마흔이 있는 법이다.

▼어쨌든 이제 내게 노래방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로 청승을 떨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양희은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의 구절구절이 가슴을 후비는 나이가 된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마흔을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짧지 않은 시간의 무게 때문이다. 40년은 한 세대가 교체되는 긴 시간이다. 40년간의 삶을 인정하고 다시 한 발 나아가고자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늘은 마산 10·18 민주화 항쟁의 40돌이다. 지난 16일 부마민주항쟁 제40주년 기념식에서 옥정애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 위원의 딸은 말했다. “40년 전 엄마가 보여준 용기와 그동안 겪은 고통이 우리의 역사를 한 걸음 나아가게 했고, 저 역시 그 속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고, 그날 20살인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행동하겠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부모가 됐을 그들의 용기는 결국 마흔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마흔 즈음의 나도 그들의 용기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조고운(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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