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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90) 제24화 마법의 돌 190

“내려줘요. 무거울 거예요”

기사입력 : 2019-10-18 07:46:26

전쟁은 왜 하는 것일까. 이재영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의문을 수없이 되풀이해보았으나 해답을 알 수 없었다.

“몰라.”

“공산당은 우리를 없애야 한다고 하고 우리는 공산당을 없애야 한다고 하고….”

미월도 전쟁이 왜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북한과 남한은 같은 민족이다. 이념이나 사상이 다르다고 전쟁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어쩌면 전쟁을 일으킨 자들이 광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광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광인을 부추기고 따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들의 책임이 더 크다.

“내려줘요. 무거울 거예요.”

미월이 말했다.

“괜찮은데….”

이재영은 미월을 업고 계속 걸었다.

“남자 등에 업히니 진짜 좋다.”

미월이 교태를 부렸다.

“처음이야?”

“처음이죠. 여자 많이 업어줬어요?”

“업어줬지.”

“아유! 얄미워.”

미월이 이재영의 등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파도가 검푸르게 밀려왔다. 갈매기들은 벌써 어디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가 이재영이 미월을 내려주었다.

“어제 스님이 왔었어요.”

미월이 이재영의 팔짱을 끼었다.

“스님이 왜?”

“공양하러 왔대요. 잠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좀 나누었어요.”

“왜? 중이 되려고?”

이재영이 피식 웃었다. 공산국가가 되면 절도 없어질 것이다.

“그 스님이 관상도 보고 수상(手相)도 봐요.”

수상은 손금을 말한다.

“그래서 미월이는 어떻대? 운이 좋대?”

“귀인을 만나서 잘 살고 있대요.”

“귀인이 누구야?”

“누구는 누구예요? 서방님이지.”

미월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런가? 내가 더 업어주어야 하겠네.”

이재영도 유쾌하게 웃었다. 미월은 사람을 즐겁게 할 줄 안다.

“고마워요. 나에게 이렇게 좋은 삶을 만들어주어서….”

미월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