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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新 팔도유람] 제주 삼다수 숲길

제주 자연생태 보며 걸어볼까

기사입력 : 2019-10-18 07:46:40
높게 솟은 삼나무들이 숲길 양 옆에서 탐방객을 맞이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높게 솟은 삼나무들이 숲길 양 옆에서 탐방객을 맞이하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제주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간 1500만명의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아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관광패턴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자연절경 관람에서 벗어나, 제주의 자연을 몸으로 직접 느끼는 체험관광이 늘고 있다.

한라산이나 오름(기생화산) 등산을 비롯해 제주의 자연생태계를 한눈에 보고 느낄 수 있는 많은 숲길이 있다. 큰 경사가 없고 전체적으로 숲길이 험하지 않아 편안한 옷차림으로, 가족끼리, 연인끼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제주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길이 바로 삼다수 숲길이다.

피톤치드 기운이 가득한 삼다수 숲길.
피톤치드 기운이 가득한 삼다수 숲길.

△ 삼다수 숲길

삼다수 숲길은 과거에 사용했던 임도(林道)를 활용해 조성된 숲길이다. 2009년~2010년까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수인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마을주민들이 손을 맞잡고 함께 조성했다.

1코스는 5.2㎞, 2코스는 8.2㎞ 완주코스. 교래리 종합복지회관 맞은편에서 이정표를 따라 목장 길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이 숲길에서는 삼나무 숲길과 피톤치드의 편백나무 숲길, 원시의 활엽수림, 그리고 하천을 따라 걷는 길 등 그리 길지 않은 코스에서 제주의 다양한 자연생태를 느낄 수 있다.

봄에는 복수초 군락이, 여름에는 산수국 꽃이, 가을에는 하천을 따라 물든 단풍이 삼다수 숲길의 자연미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사시사철 푸른 삼나무숲길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으로 자연적인 경관미와 함께 난대활엽수림의 활용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아름다운 숲 경진대회’에서 천년의 숲 부문 어울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숲길의 전체적인 모습은 럭비공처럼 타원형이다. 1코스는 출발점에서 시작해 중간 지점에서 맞은편으로 빠져 되돌아오는 코스이며 2코스는 한 바퀴를 완주하는 코스다. 출발점에서 좌우 어느 방향으로 첫걸음을 옮겨도 출발지로 돌아오기 때문에 기분에 따라 어는 곳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표지판 안내대로 오른쪽을 택했다. 숲길 입구에서 가장 먼저 탐방객을 반기는 것이 울창한 삼나무 숲이다. 햇살 한 자락 들어올 틈 없을 정도로 빽빽한 탓에 다소 주눅이 들 듯도 하지만 숲이 품어내는 향기와 좋은 기운에 기분을 한껏 끌어올린다. 이 숲길이 처음 조성될 당시만 해도 흙길이었으나, 눈 비 등으로 흙 유실을 방지하고, 질퍽거림이나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야자수 친환경매트가 깔려 있다. 삼나무숲을 벗어나니 잡목이 우거진 숲이 대신 반긴다.

기암괴석.
기암괴석.

어느덧 옆으로는 하천이 새로운 길벗이 된다. 제주의 하천은 타지역처럼 유유히 강물이 흐르지 않지만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 놓은 다양한 모습의 기암괴석과 바윗덩이들이 어쩌면 강물보다 더 많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하천 곳곳에 생긴 소(沼)에 고인 물들은 건천(乾川)인 하천의 보석과도 같다. 물에 비친 주변 기암괴석과 나무들의 모습은 더욱 빛을 낸다.

이어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탐방객을 반긴다. 어느덧 4.2㎞ 지점의 반환점. 반환점에 이르기 전 함께 했던 하천은 무대 뒤로 퇴장한다. 전반부가 다소 오르막이니 후반부는 당연히 내리막길. 내리막길 역시 삼다수 숲길은 다양한 볼거리를 아낌없이 내어준다. 울창한 삼나무 숲과 편백 숲, 그리고 난대활엽수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조릿대, 복수초와 산수국 군락이 재미를 더한다. 복수초꽃과 산수국꽃은 제 계절에 찾아야만 볼 수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어느덧 걷다 보니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는 삼나무들이 숲길 양옆에서 마치 사열하듯 탐방객을 배웅한다.

이 아름다운 삼다수 숲길과 삼다수 숲길을 품은 교래리, 카페말로에서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삼다수숲길 삼삼오오 걷기대회’ 행사가 열린다. 행사 기간 동안 탐방객을 대상으로 트레일 코스 관련 지질 및 생태 등에 대해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며 걷는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축하공연과 국악 공연, 무용, 합창 등을 비롯 인증샷 이벤트, 숲길사랑 이벤트, 기념 배지 받기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가 탐방객들에게 잊지 못할 제주의 가을추억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단풍 든 나무.
단풍 든 나무.

△ 삼다수 숲길을 품은 마을 교래리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는 700여 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교래리에는 오름과 숲이 많아 사람들이 사냥과 말을 키우고 메밀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

교래리의 옛 이름은 ‘도리(다리의 제주어)’다. 비가 많이 올 때 마을에 흐르는 천미천을 따라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길게 연결하는 빌레(넓은 바위)가 다리모양을 하고 있고, 마을사람들이 이것을 다리 삼아 건넜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이후 다리 교(橋)와 올 래(來)를 써서 교래리로 불리게 됐다. 1998년부터 이 마을에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가 들어서면서 행정구역명과 제품명을 합친 ‘교래삼다수마을’로 불리고 있다. 교래삼다수마을에는 오름과 숲이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 어디를 가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삼다수 숲길은 2010년 아름다운 숲 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에는 교래리가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 대표명소로 지정됐다. 또한 마을 주위에 있는 바농오름, 큰지그리오름, 돌문화공원 돌하르방길, 산굼부리, 삼다수 목장 등이 천혜의 자연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교래리는 토종닭 특구로 지정될 만큼 닭요리로 유명하다.

제주신보= 조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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