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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91) 제25화 부흥시대 ①

“청심이에요”

기사입력 : 2019-10-21 07:53:01

미월은 부를 누리고 있다. 미월은 현재의 삶에 만족해한다. 그녀가 부유하게 사는 것을 이재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이철규가 회계를 관리해서 불만은 아니지?”

이철규가 부산의 요정들 수입과 지출까지 자금을 모두 관리하고 있었다. 미월이 불만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자식이 있어요? 친척이 있어요? 당신에게 얹혀 사는데… 아무 불만이 없어요. 이철규씨가 내가 하는 일을 크게 간섭하지도 않고요.”

미월은 이철규에게 불만이 없다. 이철규는 그런 점에서 사람을 잘 관리한다.

이재영은 부산의 산동네를 바라보았다.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산에도 판자촌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었다. 그 판자촌에 불빛이 가득했다.

“무슨 일을 하는데?”

이재영이 미월을 쳐다보았다. 미월은 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안다.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다.

“스님이 고아원을 설립했어요. 거기에 쌀이며 옷 같은 것을 보내주고 있어요. 이철규씨가 보고 안했어요?”

미월은 베풀 줄을 안다. 그런 점은 죽은 아내를 닮은 것 같았다.

“그런 걸 뭣하러 보고해?”

이재영은 이철규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철규는 미월이 하는 일을 크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자금 관리를 잘하고 있었다.

“돌아갈까?”

“네.”

이재영은 사방이 캄캄하게 어두워지자 미월의 요정으로 돌아왔다. 미월의 요정에는 초저녁부터 손님들이 많았다. 마침 이철규가 와 있어서 술상을 차리게 했다. 미월이 기생까지 넣어주었다.

“청심이에요.”

“녹주예요.”

두 기생이 나붓하게 절을 했다. 한복을 날아갈 듯이 예쁘게 입고 있다. 둘 다 스무 살 안팎으로 보였다. 미월은 요정 영업이 시작되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청심이 이재영의 옆에 앉고 녹주가 이철규의 옆에 앉았다.

“요정이 아주 잘 되고 있습니다.”

이철규가 녹주가 따른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그러게. 전쟁 중인데도 사람들이 돈이 많은 모양이야.”

이재영도 천천히 술을 마셨다. 청심이 그의 잔에 술을 따랐다.

“부자들은 전쟁이 일어나도 망하지 않습니다.”

이철규가 기분 좋게 웃었다. 이재영과 식사는 여러 번 같이 했으나 술을 같이 마신 것은 처음이었다.

이재영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화점 때문에 큰 손실을 입었으나 그도 여전히 어렵지 않게 살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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