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촉석루] 누가 그녀를 학교에서 떠나게 했는가- 박순걸(밀양 예림초 교감)

기사입력 : 2019-10-21 20:27:55

그녀는 누구보다 노련하고 훌륭한 교사였다. 4년 전, 옆 반 선생님으로 처음 만난 그녀는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노련함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그녀가 맡았던 반은 힘든 아이들이 너무 많아 모두가 담임 맡기를 꺼려하던 반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교사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1년 동안 몸소 실천으로 보여줬다. 그 실천은 아이들을 향한 그녀의 사랑이었고 아이들이 나날이 변해가는 모습은 나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었다. 그런 그녀를 얼마 전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참교사인 그녀를 너무나 잘 알기에 혹시 내년에 우리 학교로 와 주실 수 없는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미 명퇴를 신청했다는 안타까운 말씀을 하셨다. 아직 정년이 10년이나 가까이 남았는데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었더니 나이도 많고 체력도 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학교에 죄를 짓는 것 같아서라고 한다.

훌륭한 선배 교사들이 행정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나이가 많아 학부모와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자책감으로 교단을 떠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그러나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생활지도의 달인이었던 그분들의 노련한 빈자리를 나를 비롯한 후배들은 그만큼 메꾸지를 못했다. 교수능력과 생활지도보다 업무처리 능력과 승진이 더 중시받는 학교문화로 인해 학생들을 성심으로 가르쳐 온 교단경력이 홀대받는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나이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 방식을 젊은 교사에게 이야기하면 꼰대라고 비하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력교사들은 서서히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는 그런 학교를 물려주어서는 안 된다. 교사로서의 경력 많음이 존중받는 학교, 행정업무 능력보다 학생 지도력이 더 인정받는 학교를 물려주어야 한다. 2019년의 대한민국은 또 한 분의 훌륭한 선생님을 잃었다. 신규 교사들이, 젊은 교사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안타깝게도 그네들이 그녀를 통해 배우고 습득할 수 있는 한 교사의 노련함을 배울 기회를 또다시 놓친 것이다. 도대체 누가? 왜? 그녀를 학교와 아이들에게서 떠나게 만들었는가?

박순걸(밀양 예림초 교감)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