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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93) 제25화 부흥시대 ③

“진짜 이름이 뭐야?”

기사입력 : 2019-10-23 07:53:24

이철규가 미소를 지으면서 녹주의 어깨를 안았다. 녹주가 까르르 웃으면서 이철규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이철규가 자신의 입술을 녹주의 입술에 포갰다.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재벌이 되고 자네는 무엇이 될 건가?”

청심이 이재영에게 몸을 바짝 기대왔다. 이재영이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그녀에게서 톡 쏘는 화장품 냄새가 풍겼다.

“전 사장님 오른팔이 되겠습니다.”

“핫핫핫! 그거 좋군.”

이재영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쟁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동안 억지로 돈을 벌려고 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제야말로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영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되어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만 끝나면….’

이철규의 말대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백화점도 있고… 서울에 무역회사를 차려야 합니다.”

“무역회사?”

“미군을 상대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서울에 조그만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데….”

청심이 눈을 반짝이면서 이재영을 쳐다보았다.

“그거야 차츰 구하지.”

“예.”

“미리 터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서울에 상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리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부산에는 가끔 오고….”

“자네도 차가 있어야 하겠네.”

“저까지 차를 타고 다녀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기차를 타고 다녀도 됩니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오히려 위험합니다. 남로당도 있고… 인민군 패잔병도 있고….”

남로당이나 인민군 패잔병이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때때로 민가를 습격하여 살상을 했다.

“그래도 차가 필요해. 미월에게 차를 알아보라고 하겠네.”

“감사합니다.”

술자리는 늦게 끝났다. 이철규가 녹주를 데리고 나가자 청심이 술자리를 정리하고 자리를 폈다. 이재영은 옷을 벗고 누웠다. 청심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미월 언니가 사장님을 모시라고 그랬어요.”

청심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미월은 요정을 하게 해주면 그에게 기생을 바치겠다고 했었다. 미월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기묘한 성품의 여자였다. 이재영은 청심을 안았다.

“진짜 이름이 뭐야?”

“연자요. 김연자… 이름이 촌스럽죠?”

연자가 이재영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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