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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의 죽음과 인터넷 실명제- 오근영(변호사)

기사입력 : 2019-10-23 20: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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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f(x)출신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가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10월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청원이 다수 게시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2년 이후 공공기관이나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는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의무화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최초로 명시되었다.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선거에 관한 의견을 게시할 때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후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2007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하루 방문자 수가 20만~30만명이 넘는 언론사와 포털사이트에 대하여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제한적 본인확인제’가 시행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악플, 사이버폭력 등에 대한 반감 여론이 높아져 법제화가 되기도 하였지만 별다른 실효성은 없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의 ‘2008년 본인 확인제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실명제 시행 직후인 2007년 8월과 비교했을 때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디시인사이드’ 등 게시판의 전체 댓글의 13.9%이던 악성 댓글은 1년 뒤 13%로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이들 사이트의 전체 댓글은 2007년 8월 1만3472개에서 2008년 8월 8380건으로 급감했다. 결국 2012년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에 대해 사회적 약자 등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재판관 8명이 전원 일치로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번과 같은 악플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이슈가 매번 수면 위로 떠오른다. 20대 국회에도 포털 서비스의 인터넷 댓글 서비스에 한해 본인 확인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안이 상임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사실상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쉽게 일괄적으로 제한하기에 과도한 억제로는 ‘득’보다 ‘실’이 많고, 실효성도 없다며 제도 부활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 또한 높다.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려운 인터넷 실명제 대신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없애는 방안, 일정 시간 이후 댓글이 삭제되는 시스템 도입 방안, 법적으로 혐오 표현을 형사처벌할 수 있게 제도 개선하는 방안 등 다른 방안들도 제시되고 있긴 하지만, 누리꾼들이 스스로 자정능력을 기르고, 혐오 표현이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을 시행하는 등 사회 제도적 차원의 노력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한 해결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우선 민사소송을 통한 제재도 하나의 효율적인 방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현재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악플 작성자를 특정하여야 하는데 그 특정이 어렵고, 어렵게 특정을 하여도 손해배상액도 그리 크지 않다. 악플 작성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및 상당한 위자료를 인정한다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함부로 쓸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쪼록 앞으로는 악플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사회적·제도적 논의가 다시 진행되기를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오근영(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