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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정성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

“온·오프라인 접근성 높여 여성 취·창업 플랫폼 주도할 것”

기사입력 : 2019-10-23 20:59:58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정성희(44) 센터장은 10년 넘게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지원과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힘써 온 전문가다. 그의 30대는 도내 경력단절 여성들과 함께였다고 해도 그리 지나친 표현은 아니다.

2007년 경기 시흥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문을 연 경남창원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를 시작으로 11년째 경남새일센터장을 맡았다. 도내 지자체에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없는 곳을 지원하는 경남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장도 겸하고 있다.

10년이 훌쩍 넘은 경남새일센터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전통적인 취·창업 업무에서 벗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지난 16일 창원시 의창구 경남여성능력개발센터에 자리한 경남새일센터에서 정성희 센터장을 만났다. 정 센터장은 경남새일센터가 다른 취업 지원기관과 차별성을 두려면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창원시 의창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정성희 센터장./전강용 기자/
창원시 의창구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정성희 센터장./전강용 기자/

도내에서 열리는 여성 취업, 창업 박람회는 매회 인산인해를 이룬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결혼과 육아, 임신, 출산으로 일과 단절된 경력단절 여성이 대부분이다. 일할 준비가 됐고 누구보다 일터에 복귀하고 싶은 바람이 간절하지만, 일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과거 40~50대 여성 구직자들이 채용 박람회를 찾았다면, 지금은 20~30대로 구직자의 연령층이 낮아지는 추세다. 여성 취업난이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남의 경력단절 여성의 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국 상위권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경남의 경력단절 여성은 11만8000명으로, 경기(54만4000명) 다음으로 많다. 기혼여성 대비 경력단절 여성 비중은 19.8%에 달한다.

정 센터장은 도내에 경력단절 여성이 많은 이유 중 하나로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꼽는다. “경남의 산업 구조는 조선, 기계, 자동차 등에 집중돼 있어 여성들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타지역에 비해 적습니다. 센터를 찾는 경력단절 여성들 가운데는 생물학 전공, 바이오 전공, 문화예술 관련 전공자들이 많은데 도내에서 전공 관련 업체를 찾지 못해 복지 쪽을 새로 공부해서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신입으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력단절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 취업자들도 일자리를 찾아 관련 산업이 있는 수도권 등지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경남의 전통산업을 특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공 지능, 빅테이터 등 지능정보기술 융합산업, 정보·의료·교육 서비스, 문화예술, 연예오락·패션산업 등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취업에 어려울 ‘난(難)’자가 붙는 것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취업, 창업 전선에 뛰어든 경력단절 여성들의 선호도는 점차 변화하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일자리’를 선호했다면, 지금은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사무실이 필요 없는 소자본 창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위험 부담이 큰 개인 창업 대신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 협동조합을 통한 창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경남새일센터는 설립 이후 사업 성과 면에서 줄곧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다른 센터에서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앞서서 해냈기 때문이다. 여성전문기술 맞춤형 교육과정, 퍼플잡 확산캠페인 등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정량적인 평가도 센터 운영에 큰 도움이 됐지만, 센터가 생긴 이래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바뀌어가는 것이 정 센터장에게는 큰 동력이 됐다. “10년 새 전국 여성새일센터가 158곳으로 늘었습니다. 초기에는 ‘취업 알선 기관’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컨설팅, 교육, 경력단절 예방사업을 하는 취업 특화 기관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특히 경남새일센터는 많은 여성들이 관심을 두면서 여성 근로자를 위한 기업 환경 개선사업과 같은 특색있는 사업을 만들어서 전국에 보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기업에서 경력단절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바뀌는 걸 체감할 수 있었죠.”

노동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10년 전 센터에서는 퍼플(purple·보라)잡 확산 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퍼플은 평등, 일, 가정의 조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지금은 ‘일·생활 균형 문화’로 대체됐다. 흔히들 말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주 52시간 노동이 대기업에서 점차 중소기업으로 옮겨오고 있지만, 아직은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균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과도기에 놓여있다. 정 센터장은 과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고용노동부에 사업을 제안했고, 일·생활 균형 경남지역 추진단 사업을 따냈다.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목표는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다. “조례 자체가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생활 균형에 대한 제도가 생겼다는 상징성은 대단히 큽니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해서 도 산하기관 등에 파급효과가 전달되고 관심도가 올라가면 문화 확산을 위한 하나의 동력이 됩니다. 부산은 이미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산업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경남은 제도가 우선되어 나아가는 것이 일·생활 균형 문화를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남새일센터는 늘 전국 센터와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 특히 올해부터 경남만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 것이 바로 ‘우먼메이커스’다. ‘세상을 바꾸는 여성을 만들다’라는 뜻의 여성 취·창업 온라인 플랫폼 우먼메이커스는 현재 네이버 카페 형태로 120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우먼메이커스의 콘셉트는 다름 아닌 공공기관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라는 딱딱한 플랫폼보다는 브랜드화를 통해 접근성을 강화하려 한다. 지금은 카페 형태지만 취·창업 정보 외에 교육, 육아, 지역 행사, 여행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여성 온라인 쇼핑몰까지 입점한다는 계획이다. “맘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공익적 목적을 강화한 것이 우먼메이커스입니다. 이전까지는 찾아가는 서비스였다면, 이제는 온라인플랫폼으로 여성 구직자들이 찾아오게끔, 그 안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겁니다. 현재 도내 새일센터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전국 사업으로 제안할 예정입니다.”

경남새일센터는 전환기를 맞았다. 곧 정부에서도 센터에 대한 기능 조정이 있을 예정이다. 광역새일센터도 직접적인 취업 기능을 줄이고 새일센터 지원기능, 연구기능, 경력단절 여성 실태조사, 일·생활 균형사업 등으로 기능 전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 센터장은 2020년을 경남새일센터가 다시 태어나는 해로 규정했다. “산업 구조는 점차 고도화돼가고, 취업 지원기관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대응하냐에 따라 새일센터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경남센터가 여성 취·창업 플랫폼 등을 주도해 나간다면 다시 한번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은 경남새일센터가 다시 태어나는 해가 될 수 있도록 기능 강화와 함께 센터의 역할을 재정립하려 합니다. ‘여성 취·창업 ’하면 여성새로일하기센터가 바로 떠오를 수 있게 하고, 온·오프라인에서의 접근성을 높여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정성희 센터장은

1974년 하동 출신으로, 창원대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 후 2008년 2월 전국 두 번째로 개소한 여성취업 지원 기관인 경남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일자리 창출 분야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전국 여성새일센터의 우수모델로 2016년부터는 여성가족부 새일센터 평가 3년 연속 A등급을 받았다. 또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차별화된 원스톱 취업 지원 서비스와 여성 창업지원, 일·생활 균형 사업 등으로 여성의 권익 향상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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