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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창원특례시] (중) 역차별 받는 105만 대도시 시민들

광역시급 도시규모에도 예산·복지·행정서비스는 중소도시

창원시, 전국 1호 자율통합시 됐지만

기사입력 : 2019-10-23 21:00:01

현재 우리나라는 국토 불균형을 넘어 머지않아 지방이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2018년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5182만명 중 44%인 2285만명이 국토 전체 면적의 11%밖에 되지 않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도 기준으로 1000대 기업의 74%에 해당하는 기업체 본사와 매년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65%, R&D투자 비율의 48.7%, 국민들이 사용하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초집중돼 있다.

지난 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국회통과를 위한 자치분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난 2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국회통과를 위한 자치분권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2030년,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37%가 사라질 위기

앞으로 이 같은 과도한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화되면 2030년에는 전국 226곳의 시·군·구 중 37%에 해당하는 84곳이, 전국 3482곳의 읍면동 40%에 해당하는 1383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위기상황은 단순히 인구 감소에 기인하기보다는 기업체 이전이나 일자리 부족에 따른 급격한 인구 유출, 병원·학교·문화시설 부족 및 과도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주된 원인으로, 많은 지표들이 지방 소멸을 말해주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 집중화 요인인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이 계속된다면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등으로 더 이상의 국가발전과 사회적 갈등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창원시 태생적 한계로 성장 둔화

2010년 7월 1일, 창원시는 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선봉에 서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국 제1호 자율통합시가 됐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기치로 출범한 통합 창원시는 광역시에 버금가는 인구(통합 당시 108만)와 면적(747㎢)을 가진 메가시티로 거듭났지만, 광역시급 기초자치단체의 발전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부족한 상태에서 다소 성급한 통합으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규모에 부합되는 자치권한 부재로 광역행정 수행이 어려웠으며, 재정부담은 가중됐지만 재정 인센티브는 미흡했고,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은 깊어만 갔다. 무엇보다 정부가 약속했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끝내 이뤄지지 않아 창원시는 규모와 자치권이 일치하지 않는 기형적인 자치단체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 후 인센티브로 받았던 보통교부세 추가지원(10년)이 내년이면 끝나 재정압박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통합 2년 후 인센티브로 받았던 소방사무는 이양 후 8년 동안 관련법을 하나도 정비하지 않아 불안정한 조직체계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창원시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다.

특히 민선7기에 이르러 ‘사람중심 새로운 창원’을 기치로 수소산업·첨단방위산업·항공부품산업·로봇산업 등의 신산업 육성과 스마트도시 조성, 경제부흥 4대 프로젝트 등 미래 30년 성장기반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으나 인구 3만, 10만의 기초자치단체와 동일한 자치권한으로 인해 추진에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년이면 통합 10주년이 되지만 창원시를 둘러싼 주변상황 또한 그다지 녹록지 않다. 통합 당시 108만이었던 인구는 105만을 밑돌고 있으며, 주력산업인 조선·기계 산업의 침체로 지역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역차별 받는 시민들 권리 찾아야

이 같은 통합 창원시 태생적 한계에 더해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역차별 현상 또한 심각하다.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차별적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창원시는 105만의 인구, 면적(747㎢), 지역내 총생산(GRDP, 37조), 수출액(183억 달러) 등 도시규모를 평가하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이미 대전·광주 등 광역시를 능가하고 있다. 하지만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로 인해 전체 예산규모는 물론, 보편성이 담보돼야 할 복지정책, 행정서비스 수혜에서도 심각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울산광역시에서 공시지가 5억원짜리 주택에 사는 70대가 금융재산과 소득이 없어 기초연금으로 월 15만3000원씩 받는다. 그러나 창원의 같은 가격대 주택으로 이사 오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울산은 대도시로 분류돼 기본재산공제액이 1억3500만원이지만 창원은 중소도시로 공제액이 8500만원이다. 주거용 재산 인정 한도액이 광역시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어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기초수급자 주거용 재산 한도액(광역시 1억원, 창원시 6800만원), 긴급지원사업 주거비 지원(1~2인 기준 광역시 38만7200원, 창원시 29만300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복지혜택이 달라지는 셈이다.

창원(인구 105만여명)은 울산(117만여명)과 인구수는 비슷하고, 주택가격·전세가 등은 오히려 더 높으나 중소도시(기초자치단체)로 분류돼 시민들이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차상위 장애인·자활, 한부모가족 등 사회복지 전반에 적용된다.

또 신항 면적의 71.4%가 창원시 관할이지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운영에 참여할 수 없어 재산권 행사는 물론,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계획 수립이나 인근 주민들의 불편사항도 직접 해결하기 어렵다.

소방안전교부세 교부에서도 창원(39억원)은 규모가 비슷한 울산(138억원)의 1/4 수준이며, 심지어 인구 30만의 세종시(48억)보다도 적게 받는다.

◇특례시 실현은 맞춤형 자치분권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고치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안 마련도 불가능하며, 허울뿐인 지방분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 개혁을 위한 시발점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시’ 명칭 부여)으로, 창원시와 같은 인구 100만 대도시의 상대적 역차별 문제 해소는 물론, 획일적 자치분권화로 인한 역기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맞춤형 자치분권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범적 사례가 될 것이다.

전국 234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분권 촉진을 위해서는 실천적 기준모델이 필요하며, 그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창원특례시 추진’에서 찾을 수 있다. 이처럼 100만 대도시 특례 요구는 어떤 특혜를 누리기 위한 게 아니라 불균형과 불평등을 해소해 국가 전체의 효율을 증진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방분권정책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최낙범 경남대 교수는 “창원특례시는 그동안의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 테두리를 벗어나 차등적이고 혁신적인 지방자치단체 모델의 성공사례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 내 또 하나의 광역급 성장거점으로 자리잡아 경제·문화·교육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윤제 기자 ch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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