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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94) 제25화 부흥시대 ④

“밥이나 같이 먹자”

기사입력 : 2019-10-24 07:49:24

이재영은 그녀를 안아서 입술을 포갰다. 연자는 망설이지 않고 이재영에게 안겨왔다. 이재영이 연자를 바로 눕히고 위로 올라갔다. 연자의 몸이 부드럽고 따뜻했다.

부우웅.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렸다. 밤인데 저 배는 어디로 떠나는 것인가.

“사장님.”

연자가 두 팔을 벌려 이재영을 안았다. 이재영은 그녀의 몸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연자가 그에게 바짝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응?”

“사장님, 무역회사 설립하실 거죠?”

“아무래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

이재영은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사장님, 저를 그 회사에 채용해주세요. 네?”

연자가 이재영에게 속삭였다.

“회사에?”

이재영이 놀라서 물었다.

“저도 회사에 다니고 싶어요. 서울에 무역회사를 차리면 저를 채용하세요. 제가 영어를 좀 해요.”

“대학에 다녔나?”

“네.”

“그런데 어쩌다가?”

“피란을 왔는데 먹고살 수가 없잖아요? 식구들이 여섯이나 되는데… 이틀이나 굶으니까 눈에 보이는 게 없었어요.”

이재영은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이틀이나 굶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는가. 많은 여자들이 살기 위해 몸을 팔고 있었다.

“서울에 회사를 설립하면 그렇게 할게.”

“네.”

연자가 기뻐하면서 이재영을 바짝 끌어안았다. 이재영은 연자와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이재영은 부산에 이틀 동안 머문 뒤에 대구로 돌아왔다.

“밥이나 같이 먹자.”

삼일상회에 있는 아들 이정식을 불렀다. 이정식은 고무신 공장 때문에 수원에 자주 오갔다. 서울에 들러 백화점과 집을 살펴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면 서울에서 사업을 크게 할 생각이다.”

이재영이 이정식을 보면서 말했다. 이정식이 밥숟가락을 뜨다가 말고 이재영을 쳐다보았다.

“저는 고무신 공장에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고무신 공장도 중요하지.”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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