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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사립학교 맡아 인재양성 힘쏟는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

회사 키우며 받은 사랑, 사람 키우며 되갚지요

동원고 전신인 통영상고 졸업 후 부산으로

기사입력 : 2019-10-24 21:21:23

“성공했지만 사회를 위해 흔적 없이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형태든 사회에 흔적 하나는 남기고 가야겠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부산에 본사를 둔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꼽힌다. 지금도 기업경영 일선에서 세세한 것 하나까지 챙기고 있다.

동원개발은 10여 곳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건설그룹이다. 모기업인 동원개발만 놓고 보더라도 올해 전국 건설사 가운데 시공능력평가액 1조1284억원으로 도급순위 37위를 차지했다. 명실공히 부·울·경 부동의 1위 건설기업이다.

그런 그가 최근 울산의 65년 전통 사학인 울산고등학교를 인수하고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장 회장은 이미 양산에 동원과기대, 고향인 통영에 동원중과 동원고 등 3개의 사학을 운영 중이다. 그가 또다시 사립학교를 맡아 젊은이와 같은 열정을 쏟고 있다.

양산·통영·울산지역에서 4개 사학을 운영 중인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이 사회환원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동원개발/
양산·통영·울산지역에서 4개 사학을 운영 중인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이 사회환원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동원개발/

◇나의 성공은 사회가 준 혜택일 뿐

장복만 회장은 1942년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 중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가 자란 중촌마을은 안정국가산업단지 매립으로 지금은 사라졌다. 장 회장은 동원고등학교의 전신인 통영상고를 졸업하고 부산에 내려와 방황 끝에 자원입대했다. 제대 후 부산에서 군 동기생의 부친이 경영하던 대한상사(현재 대한제강)에 취직해 타고난 성실성을 바탕으로 회사원으로 승승장구했다.

1970년 독립한 장 회장은 건축용 철강재 판매점 신흥철재상사를 시작으로 1975년엔 ‘동원개발’을 설립, 주택건설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동원개발’은 부산지역 주택건설 면허 제1호 기업이다.

장 회장은 동원개발을 부울경 부동의 1위 건설그룹으로 키워놓은 것에 대해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성공은 사회적 혜택을 받은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장 회장은 “기업의 이익을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에 다시 돌려주겠다는 신념을 늘 갖고 있었다”며 “사람 키우는 일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장 회장이 모교인 통영 동원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장 회장이 모교인 통영 동원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람 키우는 투자에 열정

장복만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람 키우는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 양산대학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동원개발은 탄탄한 건설기업으로 입지를 다져 놓은 상태였지만 주택경기가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던 시절이었고 수산기업인 동원통영수산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해 눈코 뜰 새 없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의 결정은 느닷없어 보였고 내부적으로도 많은 반대가 있었다.

“양산대학은 개교 3년 만에 더 이상 운영이 어려울 만큼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상태였습니다. 많은 부채 때문에 인수 의사를 밝히는 곳도 없었습니다. 주위의 우려를 이겨내고 양산대학의 미래에 투자할 것을 결심했습니다.”

장복만 회장이 인수를 결심한 이상 지원에 거침이 없었다.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3년 교명도 동원과학기술대학교로 바꾸고 건학이념인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중견 기술인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동원과기대는 지금 동원개발이 든든하게 지원하는 대학으로 인식되면서 취업에 강한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복만 회장은 “어릴 적 통영에서 어려운 형편에 교육혜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며 “부산에 와서 40년을 넘게 기업을 경영했고, 이만하면 우수한 인재를 길러 낼 힘이 생겼다고 판단했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월 장 회장이 모교인 통영 동원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복만 회장이 운영 중인 통영 동원중.
지난 2월 장 회장이 모교인 통영 동원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복만 회장이 운영 중인 통영 동원고.

◇모교 신축, 내 평생 가장 보람 있는 일

장복만 회장의 사람 키우는 일은 2000년 그의 고향 통영의 모교 인수로 이어졌다. 통영동중학교와 통영상업고등학교 두 곳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던 학교재단이 재정난에 허덕이자 동문들과 통영시장, 시민들까지 나서 장 회장에게 맡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장 회장은 두말도 없이 “그러마” 수락했다. 인수 이후 곧 교사신축을 추진했다. 교사 신축에 모두 485억원이 투입됐고 부지매입에만 9년이 걸렸다.

신축을 통해 학교 부지는 10배 이상 넓어졌고, 건물은 4배 가까이 커졌다.

장 회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 2012년 모교를 새 보금자리로 신축 이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우수한 교사를 초빙해 학교 수준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그 결과 지금은 동원중고가 최고의 환경에서 최고의 인재를 배출하는 지역 명문학교로 자리 잡았다. 불과 5년 만에 통영에서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자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학교가 됐다. 한마디로, 공부를 ‘참 못하는 학교’에서 ‘참 잘하는 학교’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지난 2월 장 회장이 모교인 통영 동원고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장복만 회장이 운영 중인 울산고.
양산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전경.
장복만 회장이 운영 중인 양산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울산고 옛 명성 다시 찾을 터

이번 울산고 인수 역시 재정난에 힘겨워하던 학교법인의 부탁에 의해 성사됐다.

원래 4번째 학교는 그룹의 모태 지역인 부산에 세울 생각이었다. 장 회장이 의욕을 갖고 추진한 이 사업은 구체적인 사항들까지 진행됐지만 행정절차가 기약 없이 장기화되면서 멈춰 있었고, 그 사이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울산고 재단 측에서 인수를 요청했다.

장 회장은 이번에도 “역사나 전통 등 여러 면에서 명문고로의 도약 가능성이 커 보여 흔쾌히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고는 1954년 개교한 울산 최초의 사립 인문계 고등학교로 지금까지 2만3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 사학이다. 하지만 20여 년 전부터 재단이 재정난에 봉착하면서 투자가 위축돼 학교의 명성도 많이 쇠퇴했다.

장복만 회장이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울산고의 잃어버린 20년을 청산하고, 옛 명성을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우선 학교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과 발전을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부지 규모가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쾌적한 학교 분위기 조성과 미래를 위한 확장성 등을 고려할 때 3만3000~6만여㎡ 안팎 규모는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장복만 회장은 “요즘 세상에 학교 못 가는 사람이야 있겠냐마는 좋은 사립학교가 더 많아져 국제교류도 많이 시키고 좋은 선생님을 찾아 열정적으로 가르칠 환경도 만들어 줘야 한다”며 “학생들은 많이 보고 많이 배우면 생각이 넓어진다. 공립학교가 못하는 것을 사립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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