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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안명선 창원 ㈜해맑음 대표

“축제에 스토리·아이디어·섬세함 담았죠”

청소년 문화활동센터 운영 기반

기사입력 : 2019-11-05 07:57:12

지난 9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용지문화공원에서 열린 ‘제11회 환경수도 창원 그린엑스포’는 여타 축제와는 전개가 달랐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던 개회식이 빠지고 그 자리는 뮤지컬로 채웠으며, ‘그린’이라는 드레스코드를 만들고 축제 참석자들이 플래시몹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올해로 11회를 맞았던 이 행사가 이전 회차와, 또 다른 축제와 달랐던 데에는 창원 소재 ㈜해맑음 안명선 대표의 아이디어가 컸다.

안명선 ㈜해맑음 대표가 기획한 축제의 안내 책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안명선 ㈜해맑음 대표가 기획한 축제의 안내 책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축제는 모든 참석자가 대상자가 아닌 일원으로 함께 움직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면 즐겁죠. 내가 뭔가 했을 때 축제가 빛이 나면 즐겁지만 단순히 체험이라면 재미가 없죠.”

해맑음은 축제를 기획하는 곳이다. 2015년 문을 열어 올해 추진위원장으로 참여한 그린엑스포를 비롯해 창원 귀농귀촌 페스티벌, 부부의 날, 빛모아 라라팜 등 연 20개 정도의 크고 작은 축제를 기획해왔다. 해맑음을 이루는 또 다른 축은 교육서비스다. 청소년에 늘 관심을 가진 안 대표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 교육도 열심이다.

안 대표가 기획하는 축제를 보면 이들의 특색이 잘 드러난다.

“돈을 벌기 위해 아무 축제나 기획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고 또 제 아이디어를 수용해줄 수 있는 축제를 위주로 하죠.”

이런 철학을 갖게 된 데에는 해맑음을 차리게 된 계기에서 살필 수 있다. 해맑음의 전신은 청소년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해맑음 문화활동센터’였다. 자녀의 사춘기를 겪으며 제대로 케어해보자는 목표로 대학원에서 청소년학을 전공했던데다 평소 기회가 될 때마다 꽃동네(사회복지시설)에 앰뷸런스를 기부해온 모친의 봉사정신의 영향이었다.

당시 센터에 오는 이는 학교 밖 청소년이 많았다. 학교를 안 다니는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과 열등감을 겪어야 했던 그들을 위해 안 대표는 공간을 내주었고, 아이들은 그렇게 생겨난 자신들의 공간에서 마술, 춤을 연습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축제 공연을 다니다 직접 축제를 기획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첫 축제 ‘울타리 없는 토요학교’였다. 아이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형태였다.

‘지속가능발전목표’ 교육 역시 청소년학을 전공하며 뇌리에 꽂힌 인연이다. 해맑음을 이루는 ‘축제기획’과 ‘교육서비스’ 두 가지는 전혀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안 대표가 ‘하고 싶은 축제’로 하나된다. 단순히 놀이문화가 아닌 교육의 장이자 어떤 것을 실천하기 위한 동기 부여의 장이 되는 축제다.

“이번 그린엑스포가 그랬어요. 환경의 질은 물론 경제적 발전과 사회적 평등과의 조화가 지속가능발전을 이루죠. 그래서 시민들이 축제장을 한 바퀴 돌면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설계했어요.”

그는 자신의 축제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자부한다. 조명, 음향 등 기술적인 것뿐 아니라 스토리가 있어야 축제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개회식이 아닌 마당극처럼 진부하지 않은 아이디어도 필수다. 이를 위해 책과 공연 관람에는 돈을 아끼지 않고, 장르도 따지지 않는다.

교육에서도 스토리의 중요성을 높이 사 ‘지속가능발전목표 보드게임’도 만들었다.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더 쉽다는 판단에서다. 게임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17가지 과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돈이나 다른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이미 청소년 대상 여러 교육에서 사용하며 인정을 받아 상표 출원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아직 이벤트·축제 시장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한 번은 미팅 갔더니 ‘대표님이 여자시네요?’라고 묻는 거에요. 문제가 있냐고 받아쳤지만 씁쓸했어요.”

그는 기죽지 않고 섬세함과 스토리, 그리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이를 바탕으로 축제 기획을 넘어 공연 기획에도 도전하는 것이 꿈이다. 축제 기획을 꿈꾸는 이들에게 그는 조언한다.

“틀에 박힌 사고를 깨기 위해 역동적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길 추천해요. 개회식을 마당극, 뮤지컬화 한 것처럼요.”

김현미 기자

※안명선 대표 : △1968년 대구 출생 △ 2016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졸업 △ 2002년 해맑음 문화활동센터 설립 △ 2015년 ㈜해맑음 설립 △2018년 부설 지속가능미래연구소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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