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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 인문학- 과학적 관점으로 한식 맛보기

한식 역사의 원형·기원·미래 등 재해석

실증 통해 ‘고추 일본 전래설’ 등 오류 수정

기사입력 : 2019-11-08 07:53:56

“무엇으로 밥을 먹지?” 한식을 표현하는 가장 짧은 문장이다. 이때 무엇은 반찬이다. 하나의 음식(food)을 먹는 서양 문화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서양은 하나의 음식을 먹는다. 반면 한식은 하나의 식단, 밥상(diet)에서 밥과 반찬을 먹는 문화다. 주식인 밥을 다양한 반찬으로 한 끼를 먹는다. 누구나 입맛과 기호에 따라 반찬에 대한 젓가락 선택권을 끝까지 보장받는다. 이는 음식 다양성의 관점에서의 한식 인문학 출발점이다.

‘한식 인문학’은 음식 다양성의 보고(寶庫)인 한식을 과학으로 재해석한 대중서다. 공동체 농경문화로 발전하며 성장해 온 오천 년 우리나라의 음식 역사의 원형과 기원, 미래까지 과학자의 통찰력과 사유로 서사적 문맥을 갖춰 쓴 음식인문학서다. 한식의 오류는 바로잡고, 한식의 기원은 발견하고, 한식의 맥락은 정갈하게 배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고착화된 ‘고추 일본 전래설’ 등에 의문을 품고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그 결과 일본 전래설의 주인공인 ‘콜럼버스 고추’가 한국 고추와 품종부터 달랐다는 것을 밝혀냈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두 가지 고추의 분화 시점은 174만년 전. 한국 고추는 매콤달콤하고, 중남미 고추는 아주 맵다. 고추는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나기 이전인 1960만년 전에 이미 존재했다. 지금도 고추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모든 대륙에서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또 오류 지식은 바로잡고, 증거는 낱낱이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한다. 한식의 미래를 위해 한국의 장수벨트 지역인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의 소박한 식단(밥, 된장국, 생선, 김치 등)을 소개한 후, 우수성에 대한 빅데이터 청사진도 배치할 것을 주문했다. 세계의 장수지역인 지중해와 프랑스, 북유럽과 북극해,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건강 음식과 한식을 비교 분석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노력도 드러난다. 우리가 흔히 먹는 나물에 대한 재평가도 한 부분이다. 싱싱하거나 데친 채소, 삶은 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무치는 손맛 정성은 한식에 농축된 우리말 조리용어다. 한식만의 비가열 조리다. 무치고, 비비고, 버무리고, 주물럭거리며 섞는 과정에서 반드시 손을 사용한다. 한식은 고열조리(100~700℃)를 하지 않는 손맛 정성이 핵심이다. 저열조리(100℃ 이하)는 나물 반찬의 다양화로 진화한다. 나물과 채소의 영양적 가치와 피토케미컬(채소와 과일에 들어 있는 물질)의 극대화다.

술술 읽히는 스토리 구성과 감칠맛 나는 음식언어 해설은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저자가 누에고치처럼 한 올 한 올 뽑아내는 음식지식의 정성스런 글맛과 보편적이고도 표준적 논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한식 오류로 비워진 역사적 공간을 채워나간다.

‘한식은 무조건 좋다’는 신화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한식의 오류와 진실을 정면에서 마주하면서도, 각 장마다 “아하, 그렇구나!”하는 유레카의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 한식 대중서이자 입문서인 셈이다. 음식의 새 관점도 제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의 생산 로직(logic)에서 벗어나, 맛과 문화, 관광 그리고 삶의 통섭적인 다양성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생산자 관점의 맛 표준화는 칼로리 중심이어서 비만과 대사성 질환을 불러왔다. 미래의 음식은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품질의 신뢰를 얻는 다양성, 즉 인문학적, 미식학적(가스트로노미)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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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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