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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미학- 이준희(정치부 부장)

기사입력 : 2019-11-11 20:25:47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립구나/ 푸르던 잎 단풍으로 곱게 곱게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을/ 고이 간직 하렸더니~’ 1966년 가수 차중락씨가 번안곡으로 불러 히트한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의 도입부이다. 이맘때쯤 이 노래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곱게 물든 가을단풍의 멋스러움이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함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끝자락이다. 산과 들은 계절이 그려낸 수채화처럼 온통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있다. 빨간 잎을 만지면 금세라도 손바닥에 단물이 묻어날 것 같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붉은 단풍이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이며 절경을 연출하는 모습이 정겹다. 겹겹이 쌓인 단풍 터널숲을 거닐 때면 마치 단풍이 통째로 내게 안기는 듯한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가을단풍의 멋스러움에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는다.

▼단풍이 물드는 원리를 살펴보면 놀랍고 신비롭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무는 겨울 채비를 한다.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당을 생산하던 나뭇잎을 버릴 것을 결단하고 잎과 줄기가 연결된 부분에 ‘이층(離層)’을 만들어 수분과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공급이 끊겨도 광합성을 계속하던 잎 속의 엽록소는 결국 낮은 기온으로 파괴되는데 이때 잎에 축적돼 있던 당분이 밤의 추위로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로 변한다. 밤낮의 온도 차가 클수록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을은 결실과 성찰의 계절이다. 흔히 인생을 낙엽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풍도 때가 되면 낙엽이 되어 사라지듯 우리 인생도 언젠가는 황혼기를 맞는다. 가을의 낙엽은 여름을 바쁘게 보낸 일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여름 내 광합성 작용을 통해 나무를 성장시키고, 내뿜은 산소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했기에 가을의 낙엽은 아름답다. 우리 역시 모든 일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면 떠나는 뒷모습이 낙엽처럼 아름다울 것이다. 가을이 주는 선물을 통해 한 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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